은행과 증권사 간 업역 다툼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탁업과 지급결제, 외국환업무를 둘러싸고 협회 차원의 실랑이만 오간 상태다. 이 같은 갈등은 새 협회장이 선출된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오는 11월 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내년 2월 말 각각 임기가 종료된다. 현재 인선 방식과 연임 여부 등을 두고 내부 논의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업권 신장에의 노력 및 결과가 요구된다.
이들은 올해 은행의 겸업주의 허용에 대해 날을 세웠다.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 판매 재개를 두고, 은행이 증권사 고유 영역인 자산운용업에까지 침범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황 회장은 올 초 "은행, 보험에 비해 증권사에 불합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곧장 반박했다. 그는 "신탁업은 특정 업권의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이라며 "종합운동장을 만드는 겸업주의로 가야 금융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금융업 규제 방식도 포지티브(positive)에서 네거티브(negative)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홍콩 네거티브 규제, 겸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며 "지금의 국내 금융 규제 방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공유경제 등의 활용에 제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전'은 논란만 일으킨 후 잠잠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권 교체 등 일련의 사회적 문제를 겪고 나서 소강 상태인 것 같다"며 "겸업주의가 허용되면 은행보다 증권사에서 얻어가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지급결제나 환전, 외화송금 등의 외국환업무를 가리킨 것이다. 현재 증권사는 개인을 대상으로 한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 업무만 다루고 있다. 외국환업무의 경우 지난해 3월 정부가 관련 법을 네거티브화 하면서 증권사가 외화예금 및 지금.수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위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은행과 증권사 간 겸업이 이뤄진 사례로는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정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겸업주의는 '수익성'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관련 법을 바꾸더라도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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