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소비자 중심 금융개혁 우선 추진과제를 발표하면서 내년 상반기께 실손보험료 인하와 함께 유병력자도 가입 가능한 실손보험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을 투입해 건강보험보장률을 70%(2015년 기준 63.4%)로 끌어올리는 만큼 민간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복지부와 함께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이번주 안에 첫 회의를 열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실손보험료 조정폭을 2015년 이전 수준인 25%로 제한했다. 금감원도 지난 8월 보험사 실손의료보험 감리조사를 통해 그동안 실손보험료가 과다하게 산출됐다며 213억원을 가입자에게 환급하라고 권고했다. 업계에선 이같은 조치가 내년 실손보험료 인하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간편심사보험도 판매되고 있지만 암보험 등만 대상이라 실질적인 의료비 보장은 제한적이다. 2014년 출시한 노후실손보험은 가입 대상이 50~75세라 인수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워 유명무실한 상품이 됐다.
이에 금융위는 유병력자 대상 실손보험의 인수 기준을 2년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만성질환이나 질병이 있어도 2년 이내 질병으로 인한 입원, 수술, 통원(7일 이상, 30일 이상) 등의 치료 이력이 없다면 가입 가능하다. 보험사와 협의해 일정기간 보장을 제한하는 무담보 기간을 설정하되 가입 거절은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병력자 대상인 만큼 높은 보험료 부담을 억제하기 위해 본인부담률을 30%로 높이거나 무담보 기간 설정, 보험사 공동풀 운영 등 보완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정부의 이날 발표에 일제히 당혹감을 드러냈다. 유병자 실손보험에 대한 필요성은 지난해부터 논의됐지만 사전 공감대 형성 없이 일방적으로 출시 시점을 발표한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유병력자를 대상으로 한 실손보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내년 4월로 출시 시점을 못박은 것은 업계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며 "손해율의 예측근거나 통계량 등 상품을 위해 준비된 것이 현재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건강인을 대상으로 한 실손보험도 손해율이 120~13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관련 통계도, 보장범위에 대한 충분한 논의도 없이 '추석선물' 안기듯 정책 발표를 해 보험사들은 멘붕 상황"이라며 "유병자보험은 자동차과 같은 의무보험이 아니라서 공동인수풀 상품운영 방식은 의미가 없으며, (상품)가입금액 자체가 비쌀텐데 본인부담률을 30%로 높이면 '노인실손보험'처럼 실패한 상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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