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8.8%, 완커 -8.0%, 비자위안 -10.9%, 룽촹중국 -7.5%......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 간판 부동산 기업들의 25일 하루 주가 낙폭이다. 중국 당국의 예상치 못한 강도 높은 부동산 시장 규제책이 잘나가던 중국 부동산 기업 주가의 발목을 잡은 것.
25일 홍콩 주식시장에서 중국 최대 부동산기업 중 하나인 헝다그룹의 주가는 -8.8%가 빠졌다. 헝다그룹은 최근 회사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올 들어서 지난 22일까지 500% 넘게 뛰는등 거침없는 상승세를 달려왔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 갑부 순위에서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은 단숨에 마윈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 텐센트 회장 등을 제치고 중화권 최고 갑부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쉬 회장은 이날 주가 폭락으로 순식간에 중화권 갑부 순위 3위로 밀려났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또 다른 중국부동산 기업 룽촹중국 주가도 이날 폭락했다. 중국 부동산 재벌 완다그룹의 테마파크 자산 인수로 화제가 된 룽촹중국 주가는 올 들어서 지난 19일까지 480% 넘게 뛰었다. 19일 주당 37홍콩달러도 뛰어넘으며 최고점을 찍은 룽촹중국 주가는 현재 최고점 대비 15%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가 홍콩증시 상장 22개 부동산 개발업체 주가를 종합한 지수는 이날 9.1% 폭락했다. 이는 6년만의 최대 낙폭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 지수는 올 들어서 지난 8월말까지만 해도 60% 가까이 급등했었다.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 기업 주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동화순에 따르면 이날 중국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 업종의 평균 낙폭은 3.22%였다.
중국 부동산 시장 활황에 힘입은 실적 개선으로 중국 부동산 기업 주가는 올 들어 상승세를 이어왔다. 특히 헝다그룹과 룽촹중국의 경우 올해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전세계 지수(ACWI)에서 가장 많이 상승한 종목 중 하나였다.
이처럼 하루 만에 부동산 기업 주가가 급락한 것은 중국 각 지방정부가 내놓은 고강도 부동산 시장 규제책에 따른 충격파였다.
중국 온라인경제매체 시나재경망에 따르면 지난 23~24일 주말 사이 시안·충칭·난창·창사·구이양·스자좡·우한 등 8개 도시에서 잇달아 강도높은 부동산 시장 규제책을 내놓았다. 주택 매입자가 적게는 2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되팔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이번 조치로 부동산 거래가 뚝 끊길 것이란 우려가 확산됐다. 시장은 이를 중국 정부가 당분간 부동산 시장 규제 강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였다. 특히나 중국 주택시장 성수기로 불리는 9~10월 부동산 시장 활황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향후 중국 부동산 기업 주가 향방을 둘러싼 전문가의 의견도 엇갈린다.
장차오(姜超) 해통증권 수석 거시경제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규제책이 계속해서 이어지면 3,4선 도시 부동산 시장도 점차 냉각될 것"이라며 "여기에 부동산 기업 대출 고삐도 조이면서 채무 상환압박이 커진 부동산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옌창밍(閻常銘) 흥업증권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규제책으로 심리적 영향이 단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간판 부동산 기업은 여전히 장기적 투자 가치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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