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수주절벽에 직면하면서 10년 가까이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조선소를 대거 건립, 저가 출혈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선박 수리·기자재 제작업에서 선박 건조로 외형을 넓힌 중견·중소 조선소가 직격탄을 맞으며 경남과 전남 일대의 지역 조선소가 대거 문을 닫았다.
불황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빅3에도 닥쳐 2010년대 중반 이후 대규모 부실을 기록하며 뼈를 깎는 감량경영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7월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에 들어갔고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조선, 현대미포조선 모두 순환 휴직을 실시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수주절벽의 여파로 올여름 거제조선소에 있는 도크 2개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계열사 매각 및 인력조정이 진행 중이다.
한진중공업과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은 채권단 관리 하에 사업을 재편해 나가고 있다. 정부는 이들 채권단 관리 조선소들을 살리기 위해 합병 추진 방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 직접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 중앙·지방정부 가릴 것 없이 조선소를 건설한 탓에, 저가 수주를 부추겨 전 세계 조선산업을 위기에 빠뜨렸다. 이에 한국과 일본 정부는 중국 정부에 조선산업의 공멸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고, 중국 중앙정부도 이를 추진하고 있으나 기대만큼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또한 중국은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면서도 자국에서 발주한 선박은 자국 조선소에 넘기는 정책을 시행, 국내 업체들의 입찰 기회를 사전에 원천봉쇄하고 있다.
최근 중국 조선소 후둥 중화, 상하이 와이가오차오 등 2곳이 프랑스 선사와 2만2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9척을 발주하는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수주전에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가 모두 참여했으나 프랑스 선사와 중국 해운사가 같은 해운 동맹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중국 조선소가 가져갔다.
이러한 중국 측의 늑장 대응 속에 한국 조선산업은 큰 희생을 담보한 구조조정을 치렀음에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조선산업은 지난 2011년 선박수출 565억9000만 달러(약 64조5000억원)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듬해인 2012년 397억5000만 달러로 떨어진 이후 줄곧 300억 달러대에 머물렀다.
지난 2015년 401억 달러를 간신히 돌파하기도 했지만 다시 지난해 342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악의 일감 부족을 겪었다. 이 기간 동안 한국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87%가 감소했다.
빅3가 최근 1조원에 달하는 선박을 수주해 간신히 내년부터 정상 조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으나 중견·중소 조선사들은 대부분 올해 안으로 일감이 떨어져 생존이 위험한 상황이다.
SPP조선은 최근 정부 관계자가 “사실상 폐업”이라고 말할 정도로 조선소로서 제 기능을 잃은 상황이다.
또 STX조선해양, 성동해양조선 등 다른 중견조선업체들도 최악의 수주 절벽을 이어오다 최근 수주로 겨우 숨통이 트이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업계는 이 같은 어려움을 딛고 업황이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등으로 조선업체들이 혼란을 겪고 있지만 이를 극복한다면 더욱 견고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의 어려움을 넘어 내실 있는 성장방안 확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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