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차이나​'로 각광 받는 베트남…한국 기업들 투자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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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현 기자
입력 2017-09-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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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베트남 외국인직접투자(FDI) 3년째 1위

  • 사드 보복으로 중국시장 철수하는 롯데…베트남에 대규모 투자 진행

[사진=연합뉴스]

최근 주요 투자국들이 베트남의 성장 잠재력을 주목하고 있다. 정치적 안정과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 1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 등 베트남의 대외경제 환경이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으로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의 중심부에 위치한 베트남은 정부 주도의 친기업 분위기에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비록 중국에 비해 시장규모는 작지만 동남아 시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포스트 차이나’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우리나라는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60억4000만 달러(약 6조9300억 원)로 전체 FDI의 29.3%를 차지, 3년째 외국인직접투자 1위를 기록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가 본격화 된 이후 기존 중국에 기반을 뒀던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사드 관련 보복 행위뿐 만 아니라 최근 중국은 인건비 상승, 노동력 부족 등 여러 측면에서 투자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생산라인 구축 등 투자를 대폭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기업 홈페이지]

삼성전자는 2009년 베트남 북부 박닌성 옌퐁 공단에 휴대폰과 가전제품 생산 공장을 지으며 베트남과 인연을 맺었고 2014년에는 하노이 타이응우옌성 옌빈 공단에도 비슷한 규모의 공장을 추가로 설립했다. 이 두 곳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세계 70여개국으로 수출하는 전체 물량의 40%를 차지한다. 한편 삼성전자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파트너로 자리잡아 베트남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7월 베트남 하이퐁시 트란두 공업지역에 편광판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하고 베트남 정부로부터 생산법인 설립을 허가받았다. 이 공장에서는 주로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에 공급할 편광판을 생산할 예정이다. 기존 국내에서만 생산해온 OLED 패널과 모듈을 베트남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중국이 사드 보복을 감행한 이후 중국 내수 시장 판매율이 급감하는 등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동남아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베트남 자동차업체인 타인꽁과 상용차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지분율은 50%로 현대차와 타인꽁은 각 450억원을 투입했다. 아울러 현대차는 닌빈성에 위치한 기존 승용차 공장을 증설해 2020년까지 연간 5만7천 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롯데는 중국 사드 보복의 가장 큰 피해자다. 경북에 있는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롯데는 중국의 보복에 시달리다 중국 내 최대 사업인 롯데마트를 매각하고 현지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롯데는 기존 중국에 진출한 다른 계열사들도 정리하는 한편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2021년까지 총 2조3300억원을 투자해 호치민에 에코스마트시티를 조성하고 하노이에 복합쇼핑몰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기업 홈페이지]

철강업계 또한 베트남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호찌민, 하노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및 상업용 건물 건설에 한창인 베트남은 철강업계에서 ​'기회의 땅​'으로 불리고 있다. 실제 업계근황을 살펴보면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 대형 철강업체들은 이미 베트남에 진출했거나 재투자를 기본방침으로 정해 놓고 있다.

포스코는 우리나라와 베트남이 정식 수교를 맺기 전인 1991년 베트남 하노이에 사무소를 설치하며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 2009년에는 호치민 남부 봉따우성에 연산 120만톤 규모의 냉연공장을 준공해 베트남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근에는 포스코 베트남홀딩스(POSCO-VIETNAM Holdings)라는 대표법인을 세우고 철강, 건설, 무역, 에너지 등에 이르기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베트남 건설경기 호황에 힘입어 지난 5월 베트남 피고(FIO) 등 현지 3개 고객사와 향후 1년간 총 5만톤의 H형강을 공급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세아제강은 최근 베트남 건설경기 호황으로 철강 수요가 급증하자 베트남 동나이성 연짝 공단에 ‘세아스틸비나(SSV)’ 공장을 착공했다. 이는 세아제강이 베트남에 세운 두 번째 공장으로 내년 말 완공되면 SSV강관 생산능력은 연간 23만톤에서 30만5000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6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베트남의 올해 국민총생산(GDP)이 외국인 투자와 내수 활성화 등에 힘입어 6.3%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당초 베트남 정부 목표인 6.7%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지난 2014년부터 4년 연속 6%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비록 유망한 시장이지만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인 만큼 여러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가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한 전문가는 “베트남은 글로벌 공급기지로서의 투자여건은 뛰어나지만 숙련인력 부족, 제도적 인프라 부족, 부정부패 등 여러 부정적인 요소들도 많다”며 기업들의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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