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수준은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안다는 말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을 보면,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2017년 현재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채우는 이주노동자들은 공공연한 인권 침해와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내건 '사람이 사랍답게 사는 세상'의 울타리 안에 외국인 노동자는 없는 셈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비닐하우스 주거방지법'(근로기준법·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은 농·축·어업 분야 이주노동자들이 위험한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박스' 숙소에서 생활, 노동 인권이 방치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2017년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국내 1만 7000여 명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중 30%가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박스 등에서 생활한다. 이러한 임시 건물엔 상하수도나 화장실 등 필수적인 위생 설비가 없고 화재나 가스 누출의 위험도 있다. 또 제대로 된 잠금 장치가 없는 경우가 많아 사생활은 없고 특히 여성노동자는 성폭력 등 범죄 피해에 노출된다.
더 큰 문제는 사용자가 이 같은 열악한 기숙사를 제공하고 숙소비 명목으로 매달 노동자들의 월급에서 적게는 10~20만원, 많게는 40~50만원을 임금에서 공제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는 사용자가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꼼수'로 악용된다.
이 같은 비인권적인 실태가 만연한 것은 현행 법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100조는 "사용자는 기숙사에 대해 근로자의 건강, 풍기·생명 유지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기숙의 구조나 설비, 보안, 위생시설 등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기숙사가 갖춰야 할 구체적인 기준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100조는 수십년 전에 간단한 규정만 만들어 놓고 시대가 변했는데도 바뀌지 않았다"며 "경제가 발전하면서 농업 일자리를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그분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기숙사가 제공이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국제노동기구(ILO)는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의 동일한 처우를 보장하고 있으며 위치와 구조, 주거 시설 표준, 위생 시설, 보건·안전 등 주거 환경의 세부적인 기준을 상세하게 마련해 놓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많은 미국과 캐나다에선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화장실, 위생, 안전, 보건 등 요건을 상세하게 규정·의무화했다. 이 의원안은 ILO 기준과 미국, 캐나다 사례를 연구해 마련됐다.
이 의원은 지난해 국감 때 이 문제를 유일하게 지적한 뒤 1년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이주와인권연구소, 한국이주인인권센터 등과 함께 이 법을 준비해왔다.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사용자가 기숙사를 설치할 때 적절한 구조와 설비, 설치 장소, 주거 환경, 면적 등 건강과 안전, 사생활을 보호할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담았다. 근로감독관이 기숙사를 관리·감독할 의무도 명시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은 외국인 노동자 고용 허가 요건에 '기숙사 기준'을 포함했다. 또 사용자가 외국인 노동자와 근로 계약을 할 때 기숙사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도록 했으며 사용자가 이를 어기면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다는 규정도 담았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숙사 설치와 운영에 드는 비용을 지원할 법적 근거도 포함했다.
이 의원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용자들이 지역 유지인 경우가 많다"며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내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를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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