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 영화는 ‘기쁜 우리 젊은 날’(감독 배창호)에요. 30년 전 그 영화를 보고 영화감독이 되기로 했죠.”
1987년 제작된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은 한 여자를 일편단심 사랑한 소심한 남자의 행복담을 그린 멜로드라마다.
소심한 성격의 대학생 영민(안성기 분)은 연극 공연을 보던 중 주인공 혜린(황신혜 분)에게 첫눈에 반한다. 영민은 혜린을 짝사랑하게 되고 그의 공연마다 꽃과 선물을 보낸다. 하지만 소심한 영민은 혜린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못하고 그저 익명으로 선물을 보내며 멀찍이 지켜보기만 한다.
행복하게 살던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만 혜린은 임신중독 증상을 보이고, 아이를 포기하지 않으면 생명까지 보장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섬세한 연출과 깊은 감성이 돋보이는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은 한국 영화계 멜로드라마의 장을 연 작품. 제26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녹음상을, 제32회 아시아태평양 영화제에서 안성기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사춘기 시절,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을 보게 되었어요. ‘영화라는 게 뭐기에 사람을 이렇게 움직이는 걸까?’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통해 영화감독의 꿈을 꾸게 되었고 그게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아직까지 멜로를 찍고 있잖아요?”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 날’은 김현석 감독의 작품 세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김 감독의 영화 ‘쎄시봉’,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그랬듯 관객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동요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 ‘기쁜 우리 젊은 날’과 닿아있다.
“멜로영화는 예산도 애매하고 캐스팅도 마찬가지예요. 여러 가지 악조건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많이 제작되지 않고 점점 뒷전으로 밀리게 됐죠. 하지만 저는 여전히 멜로를 좋아하고 그 감성을 좋아해요. 남들이 안 하다 보면 틈새가 생길 텐데 그때 치고 들어가려고요. 하하하. 꾸준히 계속해서 멜로를 찍고 싶어요.”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