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자치권 몰수 압박에 스페인 혼란 가중...유럽 경제 영향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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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7-10-2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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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각각 스페인 국기(오른쪽)와 카탈루냐 독립기 '에스텔라다'를 두른 10대 소녀들이 손을 잡고 도로 위를 걷고 있다. [사진=연합/AP]


스페인 정부가 분리 독립을 추진해온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자치권을 몰수하는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한 데 대해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자체 대응을 시사하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 내 갈등이 역사상 유례 없이 장기화될 경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 유럽 경제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중앙정부는 19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정부가 독립 추진 의사를 포기하지 않으면 헌법 제155조를 발동, 자치권 몰수에 나서겠다"며 사실상 최후 통첩을 날렸다. 

헌법 제155조는 자치정부가 헌법 규정 의무를 불이행하거나 국가 전체의 이익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 중앙정부가 모든 조치를 동원, 의무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이다. 지난 1978년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적용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에 대해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중앙정부가 대화하자는 우리의 의견을 무시한 채 압박을 계속한다면 자체적인 분립 독립 의결에 착수할 것"이라고 맞받아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스페인의 입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지금까지 자체 독립 선포 등 극단적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페인 중앙정부가 자치권 몰수 절차에 착수하면 카탈루냐를 포함, 스페인 전역에서 시민들과의 충돌 가능성이 높다. 공권력을 투입한다면 최악의 경우 유혈충돌까지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치권을 몰수하려면 스페인 상원 논의와 의회 내 승인 확보 등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만큼 장기화될 우려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스페인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유로존을 비롯한 유럽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19일 유럽증시에서는 카탈루냐 정세에 영향을 받아 영국 런던 증시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프랑스 CAC 40지수 등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유로존 내에서 네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스페인은 2012년 7월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조정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경제 개혁와 긴축 정책이 시행되면서 실업률은 20%를 넘고 빈부 격차는 심화됐다. 1년 만에 구제금융을 졸업하고 2014년 기준 스페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로 올라섰지만 지난해 총선 이후 카탈루냐 자치정부와의 거듭된 대립 등으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6일 통화정책결정회의를 통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을 언급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유럽 경제 변화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스페인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간 갈등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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