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를 줄이고 서민경제에 힘을 보태기 위한 금융정책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 언급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에 혼선이 우려된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가계부채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상황이지만, 금리 인상 시점에 따라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에 부침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며 3년 만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또 기준금리를 1.25%로 16개월째 동결했지만,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근 경기가 회복될 수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는 가운데,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당장 24일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할 기획재정부도 대책에 따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는 24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미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떨어뜨리고 취약차주를 보호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대책의 윤곽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23일 당정협의에서도 선제적인 가계부채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치권 인사들 역시 김 부총리의 생각에 동조했다.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규모가 대내 리스크 가운데 커다란 요인이라는 게 김 부총리의 생각이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두 축으로 한국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가계부채라는 점을 파악, 걸림돌부터 없애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정부의 한 자릿수 가계부채증가율 목표는 금리인상 시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은행의 ‘가계 소득분위별 이자비용 변동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이자비용이 연간 2조3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기준금리 1%포인트 상승 시 대출금리는 최대 3%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는 비관적인 분석을 최근 내놨다.
한국경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시장 역시 이번 가계부채 대책과 한은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모든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8·2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기관의 경제정책이 상충하게 될 경우, 부동산을 비롯한 건설경기가 일시에 얼어붙을 수 있다.
기재부는 일단 가계부채 대책을 통해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부채 규모를 줄이고, 혁신성장의 비전을 키워간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한은의 독립적인 금융대책에 대해 간섭할 수 없어 근심 가득한 시선으로 금리인상 가능성 여부 등을 살피는 눈치다.
그간 기재부와 한은이 다소 지향점을 좁혀온 모양새지만, 글로벌 경제성장 흐름 및 각종 경제상황 변화 속에서 이견차가 커질 수 있어 경제계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금리인상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상황 등 외부 환경변화에도 올해 내 금리인상이 이뤄질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에 발표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따른 전반적인 한국경제의 변화가 추후에 금리인상을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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