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일정 동안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지 않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아시아 순방의 주요 목적이 북한의 핵 도발 억제를 위한 효율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데 있는 만큼 굳이 DMZ 방문으로 북한을 자극하고 긴장을 조성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CNN 등 외신의 2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 백악관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 소재 험프리 미군기지의 방문 초청을 받았다"며 "두 곳(DMZ와 캠프 험프리) 모두를 방문하기는 어렵다"며 사실상 DMZ 방문이 배제되었음을 시사했다.
다만 "아직 최종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일정 변동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들은 안전 문제에 따라 DMZ 방문을 배제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안전은 주요 고려사항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 가능성을 낮춘 데 대해 백악관 측은 거리 차이 등 물리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DMZ 방문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여론을 수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은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역대 미 대통령들도 DMZ를 찾아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남겼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그동안 '화염과 분노', '북한 완전 파괴' 등 강경 발언과 함께 '군사옵션' 가능성을 강조해온 만큼 DMZ 방문이 북한과의 긴장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분석했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은 "비무장지대 DMZ는 전직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과시하기 위해 활용했던 장소"라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지난 4월 DMZ에서 북쪽을 응시하는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예정돼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이 북한의 핵 야망을 억제하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효율성을 고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각국을 돌며 강도 높은 대북 정책 의지를 드러낼 전망이다. 북한이 순방 일정에 맞춰 핵 도발을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DMZ 방문으로 도발의 여지를 남기면 대북 제재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로이터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순방이 대북정책의 주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중국에 대해 추가 대북제재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달 8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이 국제사회의 제재 수준을 넘어 독자제재 등 추가 제재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에도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제재) 등으로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을 압박해왔다. 이에 따라 미국 측이 미·중 경제의 균형 회복을 빌미로 중국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한국·일본과는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대북 공조 방침을 강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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