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의 '혁신 경영'이 빛을 발했다. 대규모 임원 해임, 첫 희망퇴직 등을 해야 할 정도로 수익이 좋지 않았던 메리츠화재를 이끌고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연임이 확실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2011년 메리츠금융지주와 인적 분할된 메리츠화재는 활로를 찾지 못했고 급격한 수익 악화를 겪었다. 이는 곧 조직 혼란으로도 이어졌다. 2014년 3월 취임한 남재호 전 사장이 같은 해 12월 전격 사퇴할 정도였다. 비슷한 시기 임원 30명 중 15명이 한꺼번에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이듬해 3월에는 50년 메리츠화재 역사상 처음으로 희망퇴직이 단행됐다. 전무후무했던 인사 조치가 이어지면서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김 사장은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긴급 소방수로 기용됐다. 당시 그는 금융투자업 시장이 최악인 상황에서도 메리츠종금증권을 성장시켜 '위기해결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김 사장은 메리츠화재에 부임한 직후 '변화와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칼퇴근, 복장자율화, 안식휴가 등으로 요약되는 일련의 제도를 도입해 보험사 특유의 보수적 문화를 쇄신했다. 동시에 잦은 인사로 흔들릴 수 있는 조직을 추슬렀다.
이 같은 경영혁신은 단순한 '기 살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직원들이 능률적으로 일하게 되면서 회사의 실적도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김 사장 취임 첫해인 2015년과 지난해 각각 1713억원과 257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연속해서 경신했다. 올 상반기도 순이익 2035억원을 기록해 3년 연속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실적 호전은 손해율 개선이 이끌었다. 메리츠화재의 손해율은 지난 2014년 84.96%까지 악화됐다. 그러나 김 사장 부임 이후 차츰 안정화됐고, 올해 상반기에는 80.78%까지 개선됐다.
운용자산이익률 개선도 수익성을 견인했다. 2014년 메리츠화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36%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3년 동안은 4% 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1세대 채권 트레이너'인 김 사장이 운용자산이익률을 개선시켰다고 평가했다.
업계 최고 성과를 기록한 덕분에 김 사장의 연임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취임 당시 반신반의했던 관계자들도 김 사장의 경영혁신이 결국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보험사에서 혁신적이 조치가 통할지 의문을 가지고 지켜봤는데 결국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며 "최근 메리츠화재의 성장세는 경쟁사를 압도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