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단은 13일 “FA 황재균과 계약 기간 4년, 총액 88억원(계약금 44억원, 연봉 44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황재균은 “나의 가치를 인정하고 영입을 제안한 kt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프로 데뷔했던 현대 유니콘스의 연고지였던 수원에서 다시 뛰게 되니,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1년 만에 KBO리그에 복귀하기 때문에 설레기도 하고 책임감도 크게 느낀다”며 “kt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수원을 비롯한 kt 팬들의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각오를 밝혔다.
2006년 고졸 신인으로 데뷔한 황재균은 KBO리그에서 통산 10시즌(2007~2016년·1184경기)을 뛰면서 타율 0.286 115홈런 594타점 605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롯데 소속 국내 선수로는 최초로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를 끝으로 FA 자격을 얻은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꿈에 그리던 미국 무대로 진출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도전은 쉽지 않았다. 황재균은 올해 6월 메이저리그에 콜업이 된 뒤 데뷔전에서 홈런을 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18경기(타율 0.154)의 초라한 빅리그 성적표를 쥔 채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미국 진출 이후 성적 부진 탓에 황재균의 국내 유턴설은 일찌감치 돌았다. 몇몇 구단에서 접촉을 시도했다. 그중 가장 공을 들인 구단이 kt다. 지난해 황재균이 FA 시장에 나올 때부터 러브콜을 보냈다. 황재균이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접자, kt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갑도 두둑하게 채웠다. 진정성으로 마음을 사로잡은 kt는 팀 창단 이후 역대급 투자로 황재균의 발을 묶었다.
임종택 kt 단장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중장거리 내야수인 황재균은 2016시즌에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는 등 전성기에 접어드는 선수이기 때문에 우선 영입 대상에 올려놨던 선수”라며 “이번 국내 복귀와 함께, 우리 구단이 제시한 팀·선수의 성장 비전과 황재균의 의지가 맞아 떨어져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kt는 신생구단이지만, 지갑을 열지 않는 ‘짠손’으로 유명했다. 지난해 유한준을 4년 60억원에 영입했지만, 그 전까지 FA 선수에 20억원 이상 투자한 경우가 없었다. 황재균을 위해 쓴 88억원은 KBO리그 FA 역대 6위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타자로는 이대호(150억원·롯데), 최형우(100억원·KIA), 박석민(96억원·NC)에 이어 4위 규모 계약이다.
그동안 젊은 유망주 육성에 집중하던 kt가 이번에 지갑을 활짝 연 것은 ‘탈꼴찌’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kt는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김진욱 감독 부임 후에도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 민망한 성적에 스타성 있는 선수도 부족했다. 당연히 흥행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황재균의 합류로 스타 플레이어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신인 최대어였던 외야수 강백호를 영입했고, 내년에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었던 국가대표 투수 이대은도 1순위로 영입할 수 있는 지명권을 가졌다.
잠잠했던 프로야구 FA 시장엔 황재균의 영입으로 불이 지펴졌다. 다만 kt는 이번 FA 시장에서의 추가 영입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황재균에게 ‘올인’한 채 지갑을 닫았다. 그러면서 내부 FA인 외야수 이대형과의 협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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