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서 펀드매니저에 진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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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입력 2017-11-1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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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펀드가 '알파고' 덕에 큰 관심을 모았으나, 올해처럼 유례없는 강세장에서도 펀드매니저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을 내고 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3개 로보어드바이저펀드 수익률은 올해 들어 10일까지 7.97%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은 같은 기간 25.03%에 달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어드바이저(자문가)를 합친 말이다. 알파고가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을 키우면서 증권가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펀드가 앞다퉈 출시됐다.

올해 로보어드바이저펀드 수익률을 상품별로 보면 키움투자자산운용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증권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C-W'가 17.47%로 가장 우수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7.67%), 하이자산운용(4.39%)을 비롯한 나머지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상품은 모두 10% 미만에 그쳤다.

물론 로보어드바이저펀드는 아직 출시한 지 2년도 안 됐다. 수익률을 평가하기에 이를 수 있다. 전체 13개 펀드 가운데 5개는 내놓은 지 1년도 안 됐다.

하지만 코스피가 올해에만 25%가량 뛴 점을 감안하면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로보어드바이저펀드는 대부분 자산을 해외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했다가 저조한 성과를 냈다.

수익률이 가장 좋은 키움자산운용을 봐도 해외주식 비중이 95%에 이른다. 대신자산운용만 코덱스200이나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국내 자산에 40% 넘게 투자했다.

결국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자금이탈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로보어드바이저펀드 설정액은 올해 들어서만 180억원가량 줄었다. 로보어드바이저펀드 전체 설정액이 현재 46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유출이다.

그렇지만 로보어드바이저펀드는 장기투자를 기본적인 원칙으로 삼고 있다. 축적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운용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펀드 운용을 포함한 전 세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가 2014년 157억 달러에서 2021년 7909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874억원에서 1조9021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장두영 쿼터백자산운용 대표는 "단일 자산, 단일 국가에만 투자할 경우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로보어드바이저처럼 글로벌 우량 자산에 적절히 분배하는 전략이 길게 보면 우수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와 기계적으로 비교하면 부진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며 "국내 로보어드바이저가 운용하는 주식혼합형 상품은 액티브 펀드 부문에서 글로벌 운용사 대비 우수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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