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끝난 LPGA 투어 2017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12언더파 276타)를 차지하며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39년 만에 신인상과 상금왕, 올해의 선수 타이틀을 휩쓸었다.
압도적인 점수 차로 일찌감치 신인상(1620점) 수상을 확정한 박성현은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유일하게 2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벌어들이며 상금왕(233만5883 달러)과 올해의 선수 공동 수상(유소연·162점)의 영예를 안았다.
박성현은 마지막 대회에서 단독 선두를 달리다 최종라운드 퍼팅이 홀을 빗나가며 아쉽게 우승을 놓친 것이 뼈아팠다. 박성현이 가장 받고 싶어 했던 타이틀인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까지 4관왕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CME 글로브 포인트 등 주요 부문에서 2위에 오르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박성현의 성공 시대가 열린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2015년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품은 박성현은 그해 시즌 3승과 상금랭킹 2위를 차지하며 깜짝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어 지난해 KLPGA 투어 7승, 상금왕(역대 최다 시즌 상금)에 오르며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무대가 좁았던 박성현은 LPGA 투어 진출도 최초의 길을 열었다.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LPGA 투어 대회에서 시즌 상금 40위 이내 성적을 내면서 2017시즌 LPGA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한국 선수로는 첫 사례였다.
LPGA 투어 데뷔 시즌부터 ‘슈퍼루키’라는 별명을 얻은 박성현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극복하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상반기 우승 없이 미국 적응에 힘겨워하기도 했지만, 하반기 첫 대회인 7월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이뤄냈다. 메이저 대회에서 화려한 우승을 만들어낸 ‘역시 남달라’였다. 이후 8월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시즌 2승을 달성한 뒤 꾸준히 우승권을 맴돌며 신인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새 역사를 쓰기도 했다.
미국 골프채널의 해설자 브랜델 챔블리는 “세계 최고의 스윙은 박성현”이라며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기 어려운 우아하고 기술적으로 완벽한 스윙”이라고 극찬했다. 또 LPGA 투어는 박성현의 영상을 다루며 1950년대 가장 경이로운 스윙의 소유자로 불린 벤 호건에 비유했고, ‘명예의 전당’ 회원인 주디 랭킨(미국)은 “현재 투어에서 드라이브샷을 가장 용감하고 정확하게 공을 보낼 수 있는 선수는 박성현”이라고 치켜세웠다. 또 세계적인 스윙 코치 게리 길크라이스트는 “마치 타이거 우즈처럼 매 대회를 이기기 위해 나오는 선수”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성현은 “올해의 선수상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공동 수상을 받게 돼 얼떨떨하고 기분이 정말 좋다”며 “극적으로 타이틀을 하나 더 얻어 기쁘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생각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로페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에 대해 “영광스럽다”면서 “대단한 분과 같은 길을 걷게 돼서 선수 인생에 있어 굉장한 일인 것 같다”고 말하며 기뻐했다.
한국에서 TV로 자신의 모습을 지켜본 가족을 떠올리며 감사의 뜻을 전한 박성현은 “매번 새로운 목표는 ‘올해보다 나은 내년이 되자’로 세운다. 조금 더 나은 나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며 각오를 밝힌 뒤 “올해를 되돌아보면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웃었다.
박성현은 ‘대세’, ‘남달라’, ‘슈퍼루키’ 등 수많은 별명의 소유자다. 환상적인 미국 진출 데뷔 시즌을 보낸 박성현에게 LPGA 투어는 ‘기록 파괴자’라는 또 하나의 별명을 붙였다. 미국 무대 적응을 완벽히 하기도 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행보 때문이다. 예열을 화끈하게 마친 박성현의 LPGA 투어 정복기는 2018시즌부터 진짜 시작이다.
박성현의 등장과 함께 한국 선수들은 여자골프 최강국이라는 것을 다시 입증했다. 올 시즌을 마친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 33개 대회 중 15개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며 2년 만에 역대 한국 선수들의 LPGA 투어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2015년에는 8명의 선수가, 올해는 11명의 선수가 사이좋게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는 위업을 세웠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