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의 발단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과 미사일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및 세계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대립을 세력경쟁으로 보면 북한의 위협은 국제정치의 일환이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전협정으로 분단된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비정상적인 독재체제는 우리 안보에 절대적 위협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국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 할 수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미사일 방어능력 검증과 무관하게 한국의 안보를 위한 한·미 동맹은 북한의 도발에 충분한 억제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면에서 중국이 ‘핵심이익’을 논하며 한반도의 안정을 거론하는 것은 고양이가 쥐를 생각하는 꼴이다. 또 이웃사촌이라던 우리에게 행한 행위와 관방언론들이 쏟아내는 기사를 보면 '중국이 과연 강대국이 될 수 있나'라는 의구심도 들게 된다.
사실 한·중 관계를 악화시키며 북한 눈치를 보는 중국의 미국에 대한 구애(求愛)를 보면, 한국에 미국이란 동맹국이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만약 한국이 미국 동맹국이 아니었다면 중국이 어떻게 우리를 대할지 걱정되는데, 이것이 ‘이강제강(以強制強)’의 안보 논리다.
현재 한반도에는 사드가 설치됐다. 한국은 중국과 ‘3불(不)’이라는 정확하게 알 수 없는 협의로 갈등을 봉합했다고 한다.
중국은 미국, 일본과 북한에 ‘강대국의 좋은 이웃관계’란 희극을 연출하며 그들의 이익을 극대화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어떤 이익도 얻지 못했고, 북핵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유엔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미국에는 더 많은 경제적 이익까지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국이 주장하던 핵심이익에서 인접 국가의 안보와 경제적 안정은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 중국에 묻고 싶다. 한국은 최근 1년 이상 이어진 한·중 관계 악화로 대북제재에 시간 낭비를 했고 중국과 교류를 통해 유지하던 경제협력에서도 큰 손실을 봤다.
한·중 관계가 복원된다고 하니 감정이 복받치고, 하고 싶은 말도 많다. 중국을 원망하는 것도 강대국 미국을 원망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같은 민족이라고 믿고 같이 잘 살아보려고 노력했던 북한에 대한 실망감과 중국을 대국이라 생각하며 적어도 신의를 지키려 했던 우리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다.
그리고 항상 보수니 진보니 친미(親美)니 친중(親中)이냐를 분류하던 그 잘난 정부와 언론에 대한 실망이다. 우리끼리 싸우면 ‘어부지리(漁父之利)’같이 누군가 그 이익을 찾아갈 것이다.
친구끼리 싸우면 그 이익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고, 싸우다 다시 친구로 돌아가도 마음의 상처로 관계가 이전 같지 않다는 진리를 중국도 알아야 한다.
북한과 중국은 과거 사회주의 노선을 같이 걷고, 전쟁도 함께하며 혈맹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그 혈맹 관계가 지금 어떻게 변화했는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특사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중앙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에서 북한은 겉으로 예를 다하면서 행동으로 속마음을 보인 것 같다. 한국과 수교를 맺고,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속내가 보이는 부분이다.
북·중 관계가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것은 조삼모사(朝三暮四)와 같이 변하는 중국의 전략에 북한의 신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북한과 한국, 모두와 수교를 맺었지만 25년 동안 중국에 대한 북한의 신뢰감은 낮아졌고, 최근 중국에 대한 한국의 믿음도 바닥을 쳤다.
이제 북·중 관계가 한·중과 미·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한·중과 미·중 관계가 역(逆)으로 북·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됐다.
한국과 북한에 각각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던 중국은 모두 나쁜 이미지를 남겼다. 중국은 앞으로 한·중 관계 정상화를 위해 한국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미 동맹이란 같은 민족이지만 적대세력인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리에게 충분한 억제력을 주는 국가관계다. 이 동맹의 틀은 한국의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우리국가의 안보가 중요하다는 역사적 경험과 현실적 필요에서 시작된다. 한국의 안보를 중시한다고 중국을 멀리하자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안보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중국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한반도 안보를 중요시하지 않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한·미 관계와 같이 한·중 관계도 꾸준히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쑹타오 특사의 방북,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방중 그리고 시진핑의 복심 허이팅(何毅亭)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상무부총장의 한국 방문은 한·중 양국이 북핵 문제뿐만 아니라 양자 관계에서 더 많은 협력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한·미 동맹이 강조되니 한국에 대한 중국의 관심도 더 고조된 것 같다.
이제 한·중 양국은 변화된 새로운 교류를 시작하면서 서로 굳은 마음으로 상대방을 감동하게 하는 진정한 교류를 해야 할 것이다. 너무 급하지 않게 서로의 처지를 생각하면서 양자 관계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다자 관계도 존중하면서 서로의 신뢰를 쌓아야 할 것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평화공존 5원칙’과 같이 서로 존중하며 내정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북·중 관계를 존중하듯이 중국도 우리의 한·미 관계를 존중해야 한다.
미·중 양자 관계의 문제를 한반도 역학구조로 끌어들여서는 안 되고, 대북제재의 목적을 자국 대외전략의 일환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중국은 진정한 강대국이 되려면 ‘친선혜용(親善惠容·친밀 선린 혜택 포용)’의 정신으로 큰 정치·큰 사고·큰 행위를 하는 용(龍)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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