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따라 춤추는 환율정책...이번엔 참여정부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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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7-11-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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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박근혜 정부 고환율 정책...수출 대기업만 혜택

  • 文정부, 내수 살리기 '저환율'로 가닥...투기세력이 변수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당분간 원화 강세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환율 정책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항후 경기지표가 하단을 더 탄탄하게 받쳐주고 이에 편승한 투기세력이 개입됐을 때 이야기다. 

◆최근 8년 간 고환율 정책···"수출 대기업만 웃었다"

환율 정책은 각 정부마다 방향을 달리 해왔다. 노무현 정부 때는 저환율 정책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고환율 정책을 펼쳤다.

이명박 정부 때는 연 7%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해 당시 강만수 장관이 고환율 정책을 폈다. 고환율 정책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뜻한다. 그 결과 환율조작국이라는 오명이 따라 붙었다. 이후 '최틀러'(최중경+히틀러)라는 별칭이 붙은 당시 최중경 기획재정부 1차관이 고환율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시장에서는 1140원 선을 '최중경 라인'으로 불렀다. 1140원 선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그 만큼 적극 개입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기조는 박근혜 정부 때까지 이어졌다. 고환율 정책은 수출 대기업 이익 증가에 주효했다. 반대로 국내 소비주체는 물가상승을 감당해야 했다. 당초 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이익이 증가하면 이를 임금·배당으로 배분해 내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낙수효과는 미미했다. 기업들이 번 돈을 쌓아둔 탓이다.

◆참여정부 데자뷔?···"소득주도성장, 원화강세 정책 유리"

이에 반해 노무현 정부는 저환율 정책으로 대표된다. 참여정부 시절 국내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원·달러 환율은 27개월 동안 900원대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해외 물가가 낮아지고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했다. 하지만 수출에는 악영향을 미쳤다. 2008년 무역수지는 11년 만에 적자를 냈다.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여정부 때와 환율정책의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날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환율 정책과 소득주도성장 간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지만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달러화 가치가 낮아지면 수출 경쟁력은 약화되지만 수입물가 안정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임금상승은 제한돼 있고 가계빚은 여전하기 때문에 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펼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현재 원화 강세는 탄탄한 경기지표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하락으로 방향을 잡은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판단했다.
 
◆내년 환율 1000원선 방어 전망 우세···"투기세력은 변수"

아직까지 원·달러 환율 1000원선이 깨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기관은 없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환율이 올해 4분기 평균 1130원에서 내년 1분기 1115원, 2분기 1095원으로 떨어진 뒤 3분기 108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내년 환율이 1100원선 아래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세 자릿수로 떨어질 가능성을 조심스레 언급하고 있다. 시중은행 딜러는 "현재의 환율 하락이 투기세력에 의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지는 않다"면서도 "환율이 추가 하락할 경우 환투기 세력이 충분히 가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 1997년 자유변동환율제도를 도입했다. 환율 변동폭을 제한하지 않고 외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이도록 했다. 이는 일시적인 충격이나 투기세력에 의해 환율이 급등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도 투기세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재부 관계자가 "역외 투기세력들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간과하고 있다"며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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