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안정적인 실물경기 흐름과 달리 증시 등 금융시장에서는 위험신호가 감지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종목의 주가 급등, 규제로 인한 유동성 경색, 채권시장 불안 등에 따른 일시적 숨고르기라는 의견이 많지만 버블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26일 중국 증시의 주요 지수 흐름을 살펴보면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한달새 1.5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선전성분지수도 2.55% 빠졌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18~24일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열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연임을 확정하며 권력구조를 안정화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8%로 집계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동안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 표명과 양호한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우하향 흐름을 보인 것이다.
특히 지난 23일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가 각각 2.29%, 3.32% 급락하면서 시장 불안감을 키웠다. 중국 금융시장 내에 잠복해 있던 위험요인이 분출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분석이 제기됐다.
증시 상승세를 견인해 왔던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주가가 너무 올랐다는 인식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P2P(개인 간) 온라인 대출업체 신규 승인 금지 등 당국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행보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금리)이 3년 만에 4%를 넘어서는 등 신용리스크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보다 근본적인 요인도 거론된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신용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위기 없이 내수 중심의 경제 체제로 이행할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중국 증시가 IT 업종을 중심으로 가파른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증시를 떠받치는 실물경기 추이는 나쁘지 않다. 매분기 경제성장률은 정부 목표치와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2% 이내로 조절되고 있으며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년 넘게 50 이상을 기록하는 등 향후 경기 전망도 밝은 편이다.
이 때문에 연말을 앞둔 금융시장 불안은 일시적이며 부채 축소 등 건전성 강화를 위한 규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이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알리안츠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등 투자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며 "이전에는 중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들에 대한 고평가 지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반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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