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예산 편성 '파국'은 막았지만, 여야 정파싸움에 숫자놀음된 예산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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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장은영 기자
입력 2017-12-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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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 증원ㆍ일자리 지원 자금ㆍ법인세

  • '큰 정부' 예산 쟁점 줄다리기

  • 선거구제와 빅딜설까지 등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자유한국당 의원석이 텅 비어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는 막았지만, 적지 않은 과제를 남겼다. 국회 선진화법 적용(2014년) 이후 처음으로 법정시한(12월2일)처리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2018년도 예산안 과정의 구태는 예고된 재앙이었다. 국회 선진화법이 처벌 규정 미비로 구속력이 없는 탓에 여야는 민생을 가장한 이데올로기 싸움에 골몰했다.

급기야 4일에는 정부의 예산안과 선거구제를 맞바꾸는 이른바 ‘빅딜’이 예산안 변수로 등장했다. 준예산 편성 위기 이후 여야를 넘어 각 지역구 간 이해관계가 얽힌 가장 고차원의 ‘게임의 룰’인 선거구제 개편이 예산안의 협상 수단으로 등장한 셈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산결산특위)가 정부 예산안을 상정한 것은 예산안의 국회 제출(9월1일) 이후 두 달 만인 11월6일이다.

그러나 그 이전 단계인 각 상임위의 심사 과정은 생략했다. 국토교통위를 제외한 전 상임위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데드라인으로 삼은 상임위 예비심사 종료일(11월6일)을 지키지 않았다. 각 상임위부터 부실심사 덫에 빠진 국회는 협상시한에 쫓긴 나머지 예결위예산안의 증감 심사를 여야 원내대표에게 넘겨버렸다.

예산은 타이밍이다. 적시 투입이 그만큼 중요하다. 다수의 전문가는 예산안과 선거구제의 빅딜은 “여야가 숫자놀음에 빠진 결과”라고 비판했다. 여야의 구태 정치의 고리를 끊지 못할 경우 재정의 이상신호에 따른 경제성장률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산 쟁점 키워드 ‘큰 정부’···公숫자 9475명 합의

여야가 막판까지 합의하지 못한 쟁점은 △공무원 증원 △일자리 안정자금(최저임금 인상분 지원) △법인세 인상 등이었다. 세 가지 쟁점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큰 정부’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부터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야권의 강한 반발은 예측 가능한 변수였다는 얘기다.

실제 공공부문 확대(81만개)는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제1공약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 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정부(Government at a Glance)’ 보고서를 근거로, 우리의 전체 고용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7.6%)이 OECD 가입국 평균(21.3%)의 3분의1에 그친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2015년 기준, 고용인 보수 지출은 21.31%로, OECD 평균인 23.57%와 엇비슷하다. 공무원당 인건비가 높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야권과 일부 전문가 등이 정부의 공공부문 확대정책을 비판한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애초 정부 규모인 1만2221명보다 낮은 1만500명 수준으로 낮췄지만, 한국당은 7000여명, 국민의당은 8870명 선을 ‘플랜B’로 제안했다. 결국 최종안은 9475명으로 합의됐다. 다만 한국당은 유보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차재원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정치는 완승도 완패도 없는 ‘타협의 예술’”이라며 “민주당과 국민의당 차이가 1000여명 선인데, 시간을 오래 끌지 않아도 됐던 사안이었다. 애초 야권에 퇴로를 열어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美·日 법인세 인하에 中동참 움직임···큰 정부 덫 우려

큰 정부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자리 안정자금 4조원(직접 지원 3조원, 간접 지원 1조원)을 둘러싼 견해차도 컸다. 한국당의 직접 지원 1년 한정과 국민의당의 근로장려세제(EITC)를 통한 간접 지원 1년 등의 대안에 민주당은 EITC 부분을 부대의견에 적시하는 선에서 타결짓자고 맞섰다.

법인세 인상에선 ‘패키지딜’설까지 제시됐다. 예컨대, 소득세 합의 시 법인세 등을 양보 및 일부 조정하는 일종의 ‘주고받기’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까지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구간 신설 및 3%포인트 인상(22→25%), 한국당은 과표 2억원 이하 2%포인트 인하(10→8%)·과표 2000억원 초과 구간 1%포인트 인상(22→23%), 국민의당은 2000억원 초과 구간은 한국당과 같지만, 2억원에서 2000억원 이하 구간은 1%포인트 인하를 요구했다. 여야는 협상 끝에 과표 기준을 3000억원으로 상향하되, 세율은 25%로 유지키로 했다. 초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상은 정부안대로 시행한다.

반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감세안(35→20%)은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상원을 통과했다. 일본도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서 법인세 실효세율을 5%포인트(30→25%) 인하키로 했다. 류상시(柳尙希) 중국 재정부 산하 중국재정과학연구원장도 지난 3일 홍콩 펑황왕 포럼에서 영업세의 증치세(부가가치세) 전환을 언급한 뒤 “다음 단계는 기업소득세(법인세) 개혁”이라며 추가 감세 가능성을 언급했다.

큰 정부 덫에 빠진 한국만 세계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우원식 민주당,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조찬회동을 하고 예산안 처리 이후 선거구제 추진에 합의했다. 선거구제 빅딜이 예산안 물꼬를 텄지만,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비약의 사다리를 너무 오른 것”이라며 험로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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