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격무에 시달려 뇌종양 등 질병을 진단받은 공무원들이 연달아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15일 서울행정법원과 법무법인 태평양 등에 따르면 소방공무원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공무상 요양 불승인 처분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
A씨는 지난 2006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일선 소방서에서 구급대원과 차량 운전을 담당했고, 3년 후 뇌종양을 진단받아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다.
A씨는 평소 잦은 야간근무와 초과근무에 시달려 병이 생기고 악화됐다고 주장하면서 공무상 요양승인을 신청했다. A씨는 소방공무원 업무를 시작해 뇌종양이 발병하기까지 24시간 격일 근무를 했다.
또 그는 소방공무원 업무를 시작하기 전 건강상 문제가 없었고, 가족력도 없었지만 뇌종양 평균 발병 연령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단은 의학적 소견상 A씨의 뇌종양 발병원인이 업무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공무상 요양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행정11단독 김영하 판사는 “소방공무원 구급 업무는 특성상 스트레스가 많은 직무였고, 원고는 뇌종양 발병 전까지 격무부서에서 근무했고, 비번인 날에도 소방시설점검 업무나 각종 교육 및 행사에 동원돼 과로와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이라며 “의학적으로 A씨 질병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로 또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이 병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또 “공무수행 외에 특별히 뇌종양 발병에 영향을 끼칠 다른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공단의 공무상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했다.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야간근무를 포함한 교대 근무를 인체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또 소방관들이 화제현장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뇌 부위에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무지외반증을 진단받은 경찰공무원 B씨에게도 법원은 이 질병과 업무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판결도 나왔다.
B씨는 16년 여간 12시간 이상의 교대근무를 했고, 하루에 8시간 이상 경찰 단화를 신고 권총, 삼단봉, 수갑 등을 착용한 채 현장에 출동하거나 예측 불허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양측 발뒤꿈치에 통증을 느꼈고, 국립경찰병원에서 '양측 족부 무지외반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불편한 경찰 단화를 신고 장기간 순찰업무 등을 해 무지외반증이 발병하거나 상태가 악화됐다”며 공단 측에 공무상요양 신청을 했다.
그러나 공단은 외근 업무와 질병 간의 연광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나 객관적인 증거아 없다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단은 또 “수많은 경찰공무원들이 경찰 단화를 착용하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요양승인 신청을 한 사례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이에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공무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직무상 과로가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면 공무와 질병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다른 경찰공무원들이 경찰 단화로 부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의 발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B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공무와 질병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공단은 해당 공무원에게 공무상 요양비를 지급하게 된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요양을 하는 경우 공무상요양비를 지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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