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유통업계를 관통한 트렌드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였다면, 2018 무술년(戊戌年)은 바야흐로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시대가 될 전망이다. 여기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은 유통업계 근로자들의 명암을 보여줄 전망이다.
◆가격보다 고객 마음을 얻어라, ‘가심비’
지난해 ‘욜로’ ‘일코노미’ 등을 예고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 따르면, 올해 소비 트렌드 정점에는 ‘가심비’가 자리한다. 가성비가 가격과 성능이란 객관적 지표인 반면, 가성비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심리적 트성을 더한 소비 트렌드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추구하는 1988~1994년 직장인 세대가 추구하는 삶의 지표와 궤를 같이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를 이끄는 김난도 교수는 올해 새로운 트렌드로 “과거 산업화 시대 집단문화를 거부하는 직딩(직장인)이 2018년 가장 강력한 인플루언서(영향력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면서 “개인의 원자화가 가속되는 현상인 소확행 추구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가심비 소비 현상은 ‘유해 생리대 파동’으로 인해 친환경 생리대 판매량이 전년대비 급증한 사례가 증명한다. 또 워너원·BTS 등 아이돌 스타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어진 ‘굿즈(Goods) 열풍’은 가심비에 정치·사회적 신념까지 더해진 ‘미닝 아웃’ 소비 성향까지 반영하고 있다.
전항일 이베이코리아 영업본부 부사장은 “올해도 여전히 불황과 고물가로 소비 심리는 위축되겠지만 ‘가심비’ ‘워라밸’ 등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더욱 확고해지면서 철저히 개인의 수요에 맞춘 제품들의 인기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원이 웃어야 고객도 웃는다,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도 휴일근무와 연장근로가 잦은 유통업계의 화두로 부상했다. 당장 신세계그룹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새해 첫날부터 시작해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신세계 임직원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9 to 5제’를 시행했고 이마트도 기존 폐점시간을 자정에서 밤 11시로 1시간 앞당길 예정이다. 노동계 일각에서 ‘임금 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할 지 우려가 큰 것을 의식한듯,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성공적인 사례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롯데마트 또한 직원들의 워라밸을 위해 오전 8시30분부터 사무실컴퓨터가 켜지도록 한 피씨온제도(PC on), 30분 단위로 출퇴근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시차출근제를 도입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9월 유통업계 최초로 시간단위 휴가제인 ‘반반차(2시간) 휴가제’를 본격 시행했다. 여기다 지난해 10월부터 임산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신 전(全) 기간 2시간 단축 근무 △교통비(택시) 지원 △전용 휴가 및 휴직제도 신설 등을 시행 중이다.
◆인건비 부담에 無人시대 박차, ‘최저임금 인상’
사실 올해 유통업계를 흔들 메가톤급 화두는 ‘최저임금 인상’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대비 16.4% 오른 시간당 7530원이다. 2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 인상되면 인건비가 0.58% 증가한다. 여기에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적용하면 올해 인건비는 지난해보다 2조1606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유통채널들은 무인(無人)주문기와 무인점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유통채널과 외식업계 등은 2018년 들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무인주문기(키오스크)와 챗봇(Chatbot·대화형 로봇) 등을 활용해 무인점포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외식업계 관계자는 “알바생 비중이 특히 큰 햄버거와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키오스크와 챗봇을 활용한 주문 시스템을 늘려나갈 전망”이라며 “그럼에도 대다수 외식매장의 경우, 인건비 비중이 커 최저임금상승에 따른 영업이익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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