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부터 소방차가 긴급 출동할 때 방해되는 불법 주‧정차 차량은 이동시 훼손돼도 차주는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한다. 제천 화재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불법주차가 지목되자 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다. 소방출동로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벌어진 인재인 만큼 선진국 수준의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수렴한 결과다.
8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는 6월 27일부터 긴급출동 차량의 통행 확보를 위해 이동되는 주차 차량에 대한 손실 보상 규정 등이 담긴 개정 소방기본법이 시행된다.
현재 SNS에서는 법안 시행 소식에 대해 ‘왜 6월 시행하지?? 오늘 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과 ‘불법주차 차량은 그냥 밀어버리고 소방차 파손 비용도 받아야 한다’는 의견 등 법 취지에 공감하는 글들로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선진국 수준의 강도 높은 과태료 처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불법 주정차 과태료는 4만원으로 지난 1995년 이후 22년째 변화가 없다. 오히려 납부 기간에 내면 20%를 할인해줘 3만2000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미국은 ‘5분 대응이론’에 따라 엄격한 주정차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각 주마다 과태료 범위는 다르지만 최소 40달러(5만원)에서 많게는 100달러(12만원) 이상까지 부과된다. 특히 자동차가 많은 뉴욕의 경우 바퀴에 자물쇠를 채우거나 견인하고 있어 차량 소유자는 최대 150달러(16만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화재진압 차량이 소화전이나 출입로를 막을 경우 차량을 훼손해도 책임을 묻지 않으며 오히려 차주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도 높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같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뉴욕시 소방차의 6분 이내 화재현장 도착율은 100%에 달하고 있다.
일본도 ‘8분 대응이론’을 구축하는데 있어 강도 높은 과태료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주정차 위반 과태료는 1만2000엔(12만원)에서 2만5000엔(25만원)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6배에 달한다. 특히 혼잡지역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24시간 불법주차를 단속하고 있어 불법주차 차량을 찾아보기 어렵다.
영국도 ‘5분 대응이론’에 맞춰 엄격한 주정차단속에 나서고 있다. 과태료는 80파운드로 약 12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레드루트를 설정해 간선도로에 대한 집중적인 주차관리에 나서고 있고, 민간업체와의 계약으로 불법주차 단속에 나서면서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이웃국가인 프랑스도 주차금지 구역에 주차하면 130유로(17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선진국가들은 우리나라의 3~6배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소방법 개정으로 소방차에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 과태료를 기존 20만원에서 200만원 이하로 상향 조정했지만 다소 늦은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미 미국 오레곤주는 소방차가 지날 때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 최대 720달러(77만원)의 벌금을 부과해왔다. 캐나다는 380~490 캐나다 달러(32만~43만원) 수준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긴급차량을 150m 안에서 뒤따를 경우 최대 2000달러(173만원)의 벌금과 벌점 3점, 자격정지 2년의 강도 높은 처벌을 받는다.
행정안전부는 소방차 길터주기 운동 배경에 대해 고층아파트 화재시 불법 주·정차 등으로 소방차의 진입이 어려워 현장도착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연기질식 및 추락사고가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화재시 5분 이내 초기대응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5분이 경과되면 화재의 연소 확산속도 및 피해면적이 급격히 증가하고 인명구조를 위한 구조대원의 옥내진입이 곤란해진다. 응급환자는 4~6분이 골든타임(Golden Time)으로 최대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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