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광풍’에 금전적 손실을 넘어 일자리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직업군이 생겼다. 세무사·회계사·유통업자·부동산중개인·대출중개업자 등이 그렇다.
이들은 가상화폐를 낳은 블록체인(Blockchain)의 발달로 직업군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디지털 거래장부로, 정보가 담긴 블록(block)을 네트워크 참여자들끼리 공유하고 이를 사슬(chain) 형태로 연속 암호화하는 시스템이다.
거래내역을 저장하는 중앙서버 없이 각 블록마다 실시간 저장이 가능하고, 이들 블록을 위·변조하는 것도 어려워 보안성이 높고 처리절차가 빠른 특징을 갖고 있다.
블록체인을 세무·회계 분야에 적용할 경우,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이유다.
현재 경영주가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이해관계자는 시차를 두고 관련 정보를 취득하게 된다. 분식회계의 덫이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으로 실시간 장부를 공유하게 될 경우 기업에 유리한 정보만 제공하기 어렵고, 이해관계자는 곧바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투자자를 속이기 힘들어진다.
세무·회계가 그만큼 투명해진다는 의미다. 반대로 이 분야 조력자 역할을 해온 세무사, 회계사는 입지가 좁아진다.
한 세무사는 “요즘 가상화폐 과세 얘기가 나오면서 상담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며 “거래세·양도소득세·부가가치세 등 예상되는 가상화폐 관련 과세를 회피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블록체인이 진화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경우, 우리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어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났다.
유통업자·부동산중개인 등 판매 중간단계에 있는 업종도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다.
쌍방간 계약을 하는 분야에서 중개하는 단계에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 소비자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는 유통의 경우, 각각의 블록으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지면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유통 중간업자가 할 일은 줄어들게 된다.
문송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이 현실에 응용되면 부동산중개인·세무사·회계사 등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며 “가장 민감한 것이 일자리인데, 사회가 이 같은 급격한 변화를 용인하느냐 여부에 따라 일자리 대체 속도가 늦춰질 수 있지만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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