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과 관련해 강한 표현을 하지 않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분노', '모독' 등 단어를 사용한 것을 두고 일부 언론들이 이를 '역린(逆鱗)'이라고 표현하자 이 단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역린'은 배우 현빈이 정조대왕으로 분한 2014년 개봉한 영화 제목이다. 역린의 사전적 의미는 '용의 가슴에 거꾸로 난 비늘'이라는 뜻으로, 건드리면 반드시 살해되며 임금님의 노여움을 비유하는 단어로 사용됐다.
역린의 유래는 중국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중국에는 용과 관련된 전설적인 이야기가 많다. 중국인들은 가상의 동물인 용을 영물로 여겨 섬기기도 했고 특히 비늘 달린 짐승 중 으뜸간다고 생각해 가뭄 때는 비를 내려준다고 믿기도 했다. 또한 전국(戰國) 시대(時代)에 만들어진 '한비자(韓非子)' 설난편(說難篇)에는 "용은 상냥한 짐승이다. 가까이 길들이면 탈수도 있다. 그러나 턱 밑에는 지름이 한 자나 되는 비늘이 거슬러서 난 것이 하나 있는데 만일 이것을 건드리게 되면 용은 그 사람을 반드시 죽여 버리고 만다. 군주(君主)에게도 또한 이런 역린이 있다"라는 글이 있다. 이때부터 이 말에 연유하여 군주의 노여움을 '역린'이라고 표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페이스북에서도 볼 수 있다.
박수현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이 '분노'를 말했다"며 "제가 대변인을 하면서 처음 듣는 말이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문 대통령이 직접 '분노'라는 단어를 이용해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같이 강한 어조로 말한 이유는 전날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한 것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청와대로서는 문 대통령의 언급이 마치 검찰 수사에 영향을 주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작용하는 것은 경계하려는 분위기가 읽힌다. 향후 정치공방 속에서 검찰에 의한 적폐청산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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