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신용평가사가 가상화폐(암호화폐)에 신용등급을 매긴 것이 알려지면서 코인판이 들썩이고 있다. 가상화폐 대장주로 인식돼온 비트코인 등급이 ‘C+’에 그치면서 일부 누리꾼들은 신분계급으로 ‘중인‘을 부여하는 등 조소 섞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귀족'인 줄 알았던 비트코인 알고 보니 겨우 '중인'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방송 CNBC는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의 신용평가사인 ‘와이스 레이팅스’(Weiss Ratings)가 가상화폐에 대해 처음으로 등급을 매겼다고 보도했다. 내용을 보면 이오스와 이더리움이 B등급을 받아 최상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비트코인은 C+에 그쳤다. 이번 평가는 74개 가상화폐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최고등급인 A와 최하등급인 E는 나오지 않았다.
와이스 레이팅스는 비트코인에 대한 등급부여 이유로 “네트워크 병목현상으로 거래 지연사태가 발생하고 거래 비용이 비싸다”면서 “신속히 소프트웨어 코드를 업그레이드 해야 하지만 이를 대체할 즉각적인 메커니즘이 없다”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이를 바탕으로 신분 계급 등급표도 만들었다. B등급을 받은 이오스와 이더리움은 ‘신계’ C+의 비트코인은 ‘중인’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더리움클래식 등 C등급은 ‘평민’이며 C-와 D+등급의 가상화폐는 각각 ‘천민’과 ‘불가촉천민’, D등급은 ‘디지털쓰레기’로 분류했다.
◆가상화폐 하락 시 국내 소비에도 ‘충격’
와이스 레이팅스의 발표내용 중 주목할 점은 한국 해커로부터 공격을 당했다고 밝힌 점이다. 회사의 설립자인 마틴 D. 와이스는 “자신들이 투자한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등급이 부여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소셜미디어에 두려움을 표시했다”면서 “이것(해킹시도)이 발표를 위협하기 위한 시도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킹공격은 우리 사회의 코인 투기 열풍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지난 24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한국 투자자들은 약 77조 원어치의 가상화폐를 보유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의 14%에 해당되는 규모다. 금액 뿐 아니라 투자자 비율도 우리나라의 전체 노동인구의 7%인 약 200만명이 가상화폐에 투자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규모가 큰 만큼 가격의 등락은 실물경제에도 적지않은 충격을 줄 전망이다. 만일 화폐가 한 달 사이에 50%씩 등락한다면 한국인이 보유한 암호화폐 가치는 약 38조6000억원씩 증가·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한국의 한계소비성향(추가로 벌어들인 소득 중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0.05)을 적용하면 2조원에 달하는 돈이 소비 시장에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이는 국내 개인 소비의 0.3%에 달하는 규모다.
◆금융투자 전문가 ‘지금 같은 제로섬게임 지속되면 언젠가는 파국‘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국의 가상화폐 문제는 단순한 화폐와 기술 문제를 떠나 세대갈등, 정치적 갈등으로 까지 비화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제로섬 게임적 상황이 지속되면 언젠가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국민이 가상화폐를 알게 된 것은 소득이나 투기는 막아야 한다. 또한, 검증되지 않고,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은 기술에 올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우리는 금융 네트워크 측면에서 여전히 작은 국가인 만큼 가상화폐 문제에서 한국은 2등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2등 전략이란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이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1위임을 인정하고 배워나가는 전략을 말한다.
홍 전 사장은 “신기술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눈과 귀를 열고 깊은 관심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실물 경제에 활용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조금씩 적용하면서 전체 기술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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