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성추행 '논란에 관련 지자체도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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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
입력 2018-0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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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 3억짜리 '만인의방' 조성…수원시, 광교에 리모델링한 주택 제공

지난해 11월 21일 서울도서관 3층에 마련된 '만인의 방'에서 고은 시인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고은 시인의 '성추행' 논란에 관련 지자체들도 난감해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서울도서관 3층에 '만인의 방'을 조성했다. 이곳은 고은 시인의 대표작 '만인보(萬人譜)'에서 이름을 따 붙인 기념 공간으로, 시인이 25년간 만인보를 집필한 경기도 안성시 '안성서재'를 재현한 곳과 기획전시 공간 등으로 꾸며졌다.

시는 한용운·이육사·김구 등 항일 운동에 투신한 위인에 대한 육필 원고 원본을 전시하는 등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예산 약 3억원을 들여 이곳을 의욕적으로 꾸몄다. 지난해 개장 이래 평일 하루 10∼15명, 주말 30여 명이 방문하는 등 시민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졌다. 

그런데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로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며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됐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평소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는 등 여성 권익 신장·보호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고 시인 관련 논란은 뜨악한 것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 시인의 '폭로' 이후 서울도서관에는 '만인의 방'과 관련한 시민들의 문의나 항의 전화가 여러 통 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3·1운동 10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이런 일이 터져 매우 당황스럽다"며 "시인 개인보다 작품 자체의 의미를 들여다봤을 때 지금 당장 이 공간의 존폐 여부를 결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일단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고 시인을 '인문학 멘토'로 여겨왔던 수원시도 곤란한 입장이다.

수원시는 지난 2013년 8월 안성시에서 20여년을 거주한 고 시인을 삼고초려 끝에 수원으로 오게 하는 데 성공했다. 시는 고 시인이 편하게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광교산 자락의 한 주택을 리모델링해 제공했으며, 인문학 중심도시를 표방하는 시의 인문학 멘토로 내세우며 '세계작가 페스티벌', 수원평화비 추모시 헌납, 문집 '광교산 기슭에서' 발간 등 다양한 대외활동을 펼쳐왔다. 

지난해 5월엔 상광교동 주민들이 광교정수장 해제 문제를 둘러싸고 고 시인의 퇴거를 촉구했지만, 수원시는 고 시인을 옹호했다.

주민들은 집회를 통해 "주민들은 지난 47년간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법 등 이중 규제 때문에 주택 개·보수조차 마음대로 못하는데 고 시인은 저명한 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각종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지만, 당시 시는 "우리가 불법적인 일을 한 게 하나도 없다. 어렵게 모셔온 우리 보물을 걷어차려는 행동에 시가 아무 일도 못한다면 이게 무슨 꼴이겠냐"며 대응책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번 성추행 논란으로 시는 더 이상 고 시인 관련 갈등을 관망할 수만은 없게 됐다. 시 관계자는 "고 시인에게 이런저런 연락은 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진행되는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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