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대만에 경제 당근책을 쏟아냈다. 최근 대만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대만 민심을 잡으려는 중국 당국의 고도의 유화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정치·외교적으로는 대만에 대한 강경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1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과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29개 부처가 대만에 대한 경제 당근책 31개 조항이 담긴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경제문화교류협력 촉진에 관한 약간의 의견'을 발표해 이날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의견에는 대만 기업이 중국 제조업 고도화 발전 전략인 ‘중국제조 2025’, 국유기업 개혁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산업·취업·교육·의료·문화·금융 등 방면에서 다양한 조치가 포함됐다.
명보는 "이는 사실상 지난 2013년 중국과 대만이 체결한 양안서비스무역협정(CSSTA)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며 대만 민심을 잡기 위한 ‘당근책’이라고 설명했다.
의견에는 대만 기업이 중국 본토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누릴 수 있도록 한 12개 조항이 포함됐다. 대만 기업이 '중국제조 2025' 전략에 참여할 수 있고, 대만 연구개발(R&D) 기관은 중국 대륙 중점 연구개발 계획 프로젝트에도 신청할 수 있다. 대만 R&D 인력은 중국 대륙 인재와 동등한 대우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대만 기업인들도 중국 본토의 에너지·교통·수리·환경보호·공공인프라·정부 구매조달 등에 참여할 수 있다. 합자합작, 인수합병 등 방식으로 중국유기업 혼합소유제 개혁에도 참여 가능하다.
인재 정책 방면에서는 대만 인재들이 중국 본토에서 시행하는 53개 전문기술인력 직업자격증시험과 81개 기능인력 직업 자격증 시험에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중국이 추진하는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천인계획(千人計劃)'과 '만인(萬人計劃)계획'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중국 국가자연과학기금, 국가사회과학기금, 국가 우수청년과학기금, 국가예술기금 등 각 기금도 신청이 가능해졌다.
문화 방면에서 중국은 대만과의 영화 방면에서의 협력 문턱도 낮췄으며, 대만인의 중국 본토내 연출 제작 제한도 없앴다.
안펑산(安峰山)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이번 의견은 대만을 위한 맞춤형 조치로, 개방수준이나 범위를 사상 최대로 넓혔다”며 “대만 기업인과 대만인의 실질적 수요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만 기업의 제조비용을 낮추고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는 중국 본토의 이번 ‘당근책’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대륙위원회는 “이는 중국 본토가 당근책으로 대만으로부터 정치적 인정을 받으려 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대만을 압박하면서 한편으로 당근책을 제시해 대만인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양안간 제도·법규·이념·가치관엔 차이가 존재한다며 대만인들이 신중하게 잠재적 리스크를 평가하길 바란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뉴쩌쉰 대만 중국문화대교수는 “대만인들이 중국에서 취업·투자· 진학 등 방면에서 중국인들과 동등한 대우를 누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국 당국이 대만인으로부터 호감을 사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 교수는 “현재 대만 경제가 불경기에 빠진 가운데 이번 조치가 대만인들, 특히 젊은층들을 유혹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 교수는 “양안 관계 침체기 속에서 중국 본토가 일방적으로 대만에 우대정책을 내놓으며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정부는 양안 관계 개선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취임 이래 처음으로 국방·외교·안보·양안 분야의 개각을 단행했는데 대부분이 대만 독립 성향의 반중 인사들로 채워졌다. 사실상 중국 본토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걸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럴 때 중국은 대만에 대해 경제 당근책을 제시함으로써 대만 민심을 잡는 한편 국제사회에도 양안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선전 효과도 낼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미국 상원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대만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대만여행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 법안은 대만 고위급 공무원들이 미국을 방문해 미국 정부 관리들과 만나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발효되기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서명 절차만 남아 있다.
이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해 온 중국은 강력한 불만을 표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미 이와 관련해 미국 측에 항의를 제기했다며 미국이 이번 문제를 적절히 잘 처리해 미·중 관계가 영향받지 않도록 할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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