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보험업계 공멸 초래하는 과열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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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기자
입력 2018-03-0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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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국의 남광토건은 베트남 '하노이~하이퐁 고속도로공사 10공구' 건설공사 계약을 따냈다. 계약금액은 1억676만 달러(약 1350억원)였다. 지명경쟁 방식으로 치러진 이 공사의 입찰에는 남광을 포함해 국내 건설업체 7곳이 참여했고, 입찰가격 차이가 컸다. 7개사 중 최고가는 금호건설의 1억4800만 달러였으니, 남광과는 무려 39%의 차이가 났다. 

결국 베트남 발주처는 우리 기업들의 과열 수주경쟁을 이용해 한국 정부의 지원금으로만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자체 재원을 아낀 셈이 됐다. "무리한 저가경쟁만 없었다면 최소한 4000만 달러는 더 받을 수 있었는데…"라는 안타까움이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왔지만 이후에도 건설사들의 과당경쟁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기업 간 경쟁은 양질의 서비스와 고품질 제품을 내놓는 효과로 이어진다. 기업과 시장의 발전을 넘어 국가 경제 발전의 일익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사례처럼 손해는 물론,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도 과당 경쟁으로 인한 공멸이 우려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독립보험대리점(GA)을 이용한 위탁판매다. 지난 수년간 크게 늘어난 GA는 이제 보험사들에 절대적인 판매채널이 됐다. 사실상 보험사들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GA의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체 영업조직을 대규모 통폐합한 메리츠화재는 GA 의존도를 높여 매년 최대 순익을 경신하고 있고, 메트라이프는 GA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은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GA에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GA에 판매 수수료 외에 일종의 인센티브 보너스인 '시책'을 올려주고 계약률을 높이는 데 혈안이 됐다. 사실상 현금 시책이 늘다 보니 보험사들의 출혈은 만만치 않은 셈이다.

실제로 최근 메리츠화재는 월 보험료 10만원짜리 상품을 팔면 수수료에다 보너스를 40만원까지 더해주는 '시책 400%'를 내걸었다. 다른 보험사들도 자사 제품 판매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수준의 시책을 내걸며 출혈 경쟁을 빚었다. 심지어는 650%의 시책을 제공하면서 사실상 손해도 감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과도한 경쟁으로 손해가 적지 않다 보니 상위권 손보사가 금융감독원에 GA 판매위탁계약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할 정도다. 

보다 못한 감독당국이 자제 권고에 나서면서 출혈 경쟁은 잦아들긴 했지만 보험사들의 눈치작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과열경쟁이 보험사의 출혈을 키우고, 불완전판매로 이어지며 '제살 깎기'라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GA 설계사가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고객에게 권유하다 보니 불완전판매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보험료를 대신 내주겠다고 유도해 보너스가 많은 상품을 가입시킨 후 그 상품을 해약하고 비슷한 다른 보험으로 갈아타는 이른바 '고아 계약(승환계약)' 등 고질병도 이어지고 있다.  

건전한 경쟁은 상품 수준을 높이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딤돌이다. 고객 만족은 보험업의 권위를 높이며, 시장의 공동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경쟁은 지금 당장의 손실뿐만 아니라 고객 피해까지 유발하고, 이는 보험업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시킨다. 장기적으로 보험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떨어뜨려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도를 넘는 경쟁은 공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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