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보호무역의 불똥이 주 타깃인 중국보다 오히려 전통적 동맹국인 유럽이나 한국 등에 튀며 이들이 더 타격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전임 미국 대통령과 다르게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는 계속 유럽에 대해 공세를 늦추지 않는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부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럽연합(EU)은 미국보다 더 큰 시장이다. EU는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농산물은 물론이고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 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에 동일한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에 미국이 다시 발끈하여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카드로 협박을 한다. 현재 미국은 유럽산 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에 비해 유럽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일방적 보호무역 공세에 대한 미국 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 두 개의 전쟁이 세계 경제를 왜곡시키고 갈등의 골을 증폭시킨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연합 세력의 집단적 대응이 다소 느슨하고 구심점이 결여되어 있는 점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더 세게 보호무역을 밀어붙이려 하고, 중국의 초탈법적 지식재산 과욕은 기가 한풀 꺾이다가도 호시탐탐 다시 살아난다. 국가나 기업 혹은 개인 등 경제주체들의 이해타산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일련의 움직임이 없지는 않다. 통상 전쟁과 관련한 반미(反美) 전선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과 한국이 빠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일본 주도로 11개국이 지난 3월 8일 서명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중 발효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이 주도하고 우리와 일본도 합류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16개국이 참여,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한다.
자기편에 줄 세우기, 눈 밖에 나면 반드시 보복으로 타격
이런 사례는 더 많다. 중국계 사모펀드의 미국 래티스 반도체 인수 시도(13억 달러 상당)도 백악관의 제동으로 불발로 끝났다. 오바마 정권 시절에도 중국 자본이 독일 반도체장비 업체인 아익스트론의 미국 법인 인수(6억7000만 유로 상당)를 시도했으나 무산된 적이 있다. 미국의 요청을 독일 정부가 수용한 결과이다. 2015년까지는 차이나머니가 글로벌 첨단 기술 기업들을 ‘블랙홀’처럼 집어삼켰다. 2010년 유럽 재정 위기 이후 경영난으로 시장에 싸게 매물로 나온 독일 등 유럽 기업들이 중국의 손에 많이 넘어갔다. 차이나머니의 꼬리표가 국방, 에너지, 전력, 식량 등으로 확대되면서 서방 정부들의 경계심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추세다. 독일은 물론 영국, 호주 정부도 강력한 제동에 본격 동참하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상징 국가인 미국과 사회주의 체제의 상징 국가인 중국이 통상과 지식재산을 두고 벌이고 있는 이 전쟁판에 주변 국가들의 이해 계산도 복잡하다. 이 두 개의 위기에서 파생되는 원자재·환율·증시가 요동 치는 대혼란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시적인 위협이 아닌 공포증(恐怖症·Phobia)으로 커지고 있는 상태이다. 태생적으로 이 두 개의 무소불위 권력은 주변국들을 자기편으로 줄 서기를 강요한다. 우리에 대한 미국의 무역 보복이나 중국의 사드(THAAD) 보복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안보와 통상 이슈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같은 레일 위에서 달리는 열차이다. 두 개의 전쟁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말고 우리의 이익을 어떻게 방어하고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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