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더불어 공부하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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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죽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수석연구원
입력 2018-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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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죽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수석연구원

結社依諸勝(결사의제승) 모임 맺어 여러 벗들에게 의지하고
橫經卽小堂(횡경즉소당) 경서를 펴들고 소당으로 나아간다
閭閻還揖讓(여염환읍양) 여염집은 읍양의 예를 돌이키고
童稚話文章(동치화문장) 동네 아이들 문장을 이야기하네
하략(下略)···                         
-이희사(李羲師)

위의 시는 조선 후기 소북계 문인이었던 이희사(李羲師)의 작품이다. 재야에 있으면서도 시문에 뛰어나 당대 문인들의 존경을 받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 시의 제목은 본래 '친척 및 가까운 이웃의 동지들과 함께 계를 만들어 초하루와 보름마다 경서를 읽고 고문과 정문 각 한 편씩을 지어서 모이다(與宗族及近隣同志者, 修契以月朔若望, 誦經書, 行製古文程文各一篇 齋會)'로, 상당히 길다. 한 달에 두 번 뜻 맞는 지인들과 모여 공부를 하는, 이른바 ‘스터디 모임’에 관한 내용인 셈이다.

전근대에 중앙 정계를 떠난 선비들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은 강학(講學)이었다. 유학(儒學)의 종장인 주자는 공간을 할애하여 젊은이들을 쉼 없이 가르치지 않았던가. 제자, 후배 등의 학인들과 함께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그의 사유와 학문이 완성되어 갔고, 퇴계 역시 이 발자취를 그대로 따랐다.

이희사와 그의 친구들은 어쩌면 주자나 퇴계 등의 선현들을 롤모델로 삼았는지 모른다. 시의 3, 4구에서 드러나듯 서로를 이끌며 공부하는 동안 마을의 분위기는 점차 바뀌었다. 여염집에서는 예(禮)를 알게 되었으며, 놀기만 하던 아이들은 어느새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다. 이야말로 더불어 공부하는 즐거움, 그리고 힘이 아닐까 한다.

‘배움’과 ‘가르침’의 선순환. 서로를 일깨우고, 다시 누군가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이 함양되는 소박한 모임들, 이러한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결국, 가르치고 배우는 내용들이 일상으로 스미게 만드는 큰 그림이란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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