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해임을 전격 발표한 가운데 쫓겨나는 틸러슨 장관을 두고 미국 내에서 평가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 정책 운영의 희생양이라는 평가와 국무부의 권한 축소를 자처한 외교 초보자였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CNN은 13일(현지시간) 독단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을 마음대로 주무르기 위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참모들을 내치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 이란 등 다양한 외교 사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이고 급진적인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미운 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틸러슨 장관과 정책적 이견을 숨기지 않으면서 공개적인 조롱도 서슴지 않았다. 작년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론을 꺼내 들었을 때 “시간 낭비”라고 비꼬면서 경질설을 부채질했다.
해임 발표도 트위터로 이뤄져 틸러슨 장관에게 굴욕을 안겨주었다. CNN은 백악관 관리를 인용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결정한 직후인 9일 존 켈리 비서실장을 시켜 아프리카를 순방 중이던 틸러슨 장관에게 경질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구체적인 교체 시점이 전달되지 않았으나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폼페이오 국장이 우리의 새 국무장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틸러슨 장관에 동정론만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많은 관측통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책적 싸움을 벌이는 것 자체를 명예 훈장처럼 생각하지만, 틸러슨 장관은 "정치 경험이 전무했던 외교 초보자"였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즈 역시 “역대 가장 약하고 무력했던 국무장관 중 하나”라고 혹평했다.
틸러슨 장관은 워싱턴 정가의 아웃사이더이자 성공한 기업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통점으로 취임 초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14개월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정책적으로 반목을 이어가면서 외교적으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폴리티코는 틸러슨 장관이 정치적 중력을 무시하고 백악관과 충돌하는 한편 국무부 예산 삭감과 인력 감축에는 침묵하면서 국무부 입지 축소를 자처했다고 평가했다.
국무부 내에서는 수장 교체 소식을 조심스럽게 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노선에 서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듬뿍 받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이 국무부를 지휘하면 국무부의 영향력도 다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급진적 외교 정책에 제동을 걸어줄 목소리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우려는 적지 않다. NYT는 티파티 출신의 보수 강경파인 폼페이오 국장이 북한과 이란 등 민감한 외교 이슈에서 매파적 접근을 유지할 경우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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