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수출이 크게 회복되면서 경제성장률도 3%를 넘어서는 등 2016년과 달리 경제 훈풍이 불었다.
취업자도 상반기에는 30만명을 넘어 크게 증가했지만,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예년만 못한 추이를 보이는 등 경기지표와 다소 괴리된 모습을 보였다.
취업자 수 둔화에는 15~64세 생산가능인구 증가폭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2017년 12월 15~64세 인구는 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2018년에는 감소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8년뿐 아니라 향후 계속 우리나라 취업자 수 증가폭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청년 인구 감소세에도 실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다른 연령대의 경우 고용률이 일제히 상승해 회복된 경기를 반영했지만, 20대는 고용률이 57.8%로 전년 대비 0.5% 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경기 훈풍이 아직 신규채용을 활발하게 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대 초반 연령대 특성화고 졸업생을 중심으로 지난 수년간 고졸 취업이 빠르게 증가했다. 주로 제조업과 숙박음식점업에 많이 흡수됐는데, 두 산업의 위축으로 지난해에는 고졸 고용률이 하락했다.
25~29세도 고졸 청년은 20대 초반과 비슷한 이유로 고용률이 다소 하락했다.
다만 4년제 대졸자는 제조업(4만1000명↑, 10월 4만4000명↑)과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만1000명↑, 10월 9000명↑)에서 최근 취업이 늘면서 고용률이 다소 상승하고 있다.
이것이 신규채용이 개선된다는 신호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2017년에는 청년 취업준비자가 늘었다. 지난해 6월 청년 취준생은 전년 동월 대비 10만2000명 증가,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 증가 수준을 보였다. 이후 다소 둔화돼 10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업준비는 대부분이 대기업 및 공무원 등 입사시험 준비생이다. 하반기부터 신규채용 위축의 누적 효과 등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적 요인에 따른 청년고용 침체상황은 제조업 업황이 꾸준히 개선돼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 등 관련 업종도 상황이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음식점업 업황이 점차 개선되면서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년 일자리 문제는 경기적 요인보다 구조적 요인이 더 중요하다.
사실 일자리가 없다기보다 일자리 간 격차가 너무 크고, 좋은 일자리로의 이동이 쉽지 않은 것이 청년 일자리 문제의 근원이다.
이는 향후 청년인구가 감소 국면에 접어들어도 청년 실업문제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청년정책은 당장의 경기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대·중소기업 간 일자리 근로조건 격차 완화, 중소기업에 들어가도 경력을 쌓아 좋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를 구축하는 등 문제의 근원을 치유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장기간 구직활동으로 인한 고통을 덜어주는 사회안전망 구축도 필요하다.
취업자 수 증가폭 둔화를 놓고 최저임금 영향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지만 인과관계를 상정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최근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업종 중 숙박음식점업은 이미 2016년 말부터 고용 둔화 국면이 시작됐다.
사업지원 및 시설관리 서비스업의 단순노무 종사자도 감소하고 있지만 전체 단순노무 종사자는 증가, 정규직화의 영향과 함께 그간 용역화가 많이 진행된 상황을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도·소매업도 지난해 12월에 소폭 감소했다. 주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가 감소해 최저임금과의 직접 연관은 찾기 어렵다.
종사상 지위별로 볼 때 자영업자 증가폭이 줄고 있지만, 이는 노동시장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경기적 요인이나 최저임금이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 해도 이는 전체 고용 추세 안에 존재하는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전체 일자리 변동의 큰 흐름은 장기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다.
꾸준히 진행된 고학력화의 영향으로, 사무직과 전문가 직업군 일자리 수가 크게 증가했다.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중고령층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수년간 이들 연령층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이 같은 요인이 노동공급 측 변화라면 노동수요 측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일자리 양극화(job polarization)가 주된 이슈였다.
이후 세간의 인식과 달리, 통계상으로는 일자리 양극화의 완화가 새로운 추세로 등장했다.
한국은행은 세계경제 여건이 좋은 것과 민간 소비의 꾸준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올해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 훈풍은 노동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인구변동 압력이 커 경제가 좋으면 30만명대로 취업자가 증가하던 예전 같은 상황이 반복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20만명 후반대 정도의 증가폭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제약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게 될 구조적 제약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도 경기흐름이 좋아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은 2017년보다 각각 0.3% 포인트 증가한 63.3%, 61.0% 정도의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유가인상 흐름이나 금리인상 수준, 최저임금 같은 불확실한 요인이 존재한다.
전년 대비 16.4% 인상된 최저임금은 고용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일자리 안정자금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임대료 규제 등 다양한 대비책이 집행 중이어서 체감 인상률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고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또 구조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청년 일자리 문제는 경기상황이 나아지면서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청년층이 전체 실업자의 40%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실업률이 올해보다 크게 개선되기 어렵고 2017년과 비슷한 3.7%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양극화가 완화된 것은 제조업 생산직과 재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보건 및 사회복지 일자리 등 중간 수준에서 일자리가 성장한 것과 평균임금 인상률을 웃도는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이 작용했다.
현 정부의 혁신성장과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 책임 강화,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과 정규직화 같은 정책방향은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 양극화 완화현상으로부터 배운 교훈을 체계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도소매업이나 음식업 같은 전통적인 서비스업에서 기존의 낡은 업태는 구조조정돼도 새로운 트렌드가 빠르게 사업화될 수 있도록 임대료 규제 등 사업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공장 확산에 따라 생산직 일자리 감소 등 일자리 양극화로 이어질 변화가 추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안전망 확충과 전직 시스템 체계화 등 전반적인 사회정책 기반 정비도 필요하다.
세부적인 정책내용의 정교화와 면밀한 대책 마련을 통해 일자리 질의 개선과 소득기반 확충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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