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은행들의 주주총회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열린다. 주총에 참여하지 못하는 주주를 위한 전자투표제를 도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모습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하나금융·DGB금융·BNK금융·JB금융·우리은행 등 6곳은 오는 23일 주총을 개최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서 발표한 2018년 주주총회 집중(예상)일은 이달 23일, 29일, 30일이다. 은행들은 23일에 대거 몰렸다. 슈퍼 주총데이를 피한 곳은 신한금융지주(22일), IBK기업은행(26일), 농협금융지주(30일) 등 세 곳뿐이다.
23일 주총을 개최하는 곳은 시간마저 비슷하다. 6개사 모두 오전 10시 또는 오전 10시 30분에 집중돼 있다. 특히, 지방 금융지주들은 주총을 본거지인 지방에서 연다. JB금융은 전주, BNK금융은 부산, DGB금융은 대구에서 각각 개최한다.
하나금융과 우리은행 소액주주인 김모씨(36)는 "양사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주총을 열다 보니 한 곳엔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전자투표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번엔 회장 연임 이슈가 있는 하나금융 주총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12월 결산법인의 정기 주주총회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주총 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주총 집중일에 주총을 개최한 상장사의 경우, 해당 사유를 공시해 주주들에게 설명하도록 의무화했다.
은행 및 지주회사들이 주총 집중일에 주총을 개최하는 이유는 비슷하다. 하나금융은 "관계회사들의 결산 및 배당일정, 내·외부 감사일정 및 이사회, 주요 위원회의 개최일정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해당 집중일에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KB금융도 "주요 경영활동 일정과 원활한 주총 운영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주총 집중(예상)일에 정기주총을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신 KB금융은 서면투표를 통해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주총 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과 DGB금융, BNK금융지주는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주총 집중일인 23일에 개최를 확정했다. 세 회사의 해명도 비슷하다. 주총 일정을 미리 확정했고, 외부감사·결산일정 등으로 인해 변경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주총에 참석하지 못하는 주주들을 위한 전자투표제 시행도 미미한 상황이다. JB금융지주를 제외하고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한 곳도 없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섀도보팅이 폐지됨에 따라 전자투표제를 독려하고 있다. 기존 PC뿐 아니라 모바일·태블릿 등에서도 의결권 행사가 가능토록 시스템을 정비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9일 주재한 주주총회 비상대응반 회의에서 "상장사 810곳은 집중일에 주총을 개최하면서도 전자투표를 하지 않는다"며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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