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0월 한국생산성본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비교한 결과(2013년 기준) 우리나라(31.8달러)가 28위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옆 나라 일본은 41.4달러로 19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고령인구가 많은데도 높은 생산성을 보인 것이다. OECD 평균은 46.7달러였다.(구매력평가 기준)
반면 노동시간은 매우 길다. 한국의 1인 평균 노동시간(2014년 기준)은 2천 124시간이다. OECD회원 34개국 중 33위로 멕시코 바로 위에 있다.
OECD 평균 노동시간은 1천 770시간이며, 한국은 연간 354시간 더 많이 일한다. 주당 평균 6.8시간 더 하는 꼴이다. 반면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나라는 1천 371시간으로 독일이다. 한국인보다 4개월 적게 일하는 셈이다.
같은 내용의 반복된 회의와 필요 없는 문서작업, 권위적 분위기와 과도한 의전, 불필요한 사내정치, 업무 본질보다는 경쟁사 행동에 따른 경영전략 수정은 직원의 사기와 의지를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생산성 저하를 기업 탓만 하기도 무리다. 미래를 설계하기에 적은 월급이나 능력보다 부모의 배경이 더 중요한 사회 구조, 조물주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슬픈 유머가 생길 정도로 막강한 지대추구자(rent-seeker)도 한국사회에 존재한다.
비효율 늪에 빠졌다면, 참고할만한 보고서가 있다. 강승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의 지난 2014년 보고서 '헛손질 많은 우리 기업들, 문제는 부지런한 비효율'이다. 보고서는 비효율 극복을 위한 3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1. 고객,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
보고서는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방해받지 않고 환자를 돌보는 업무에 집중하도록 조직을 바꾸자, 4개월 만에 생산성과 환자의 만족도가 2배 이상 향상했다는 피터 드러커의 사례를 소개했다. 고객이 본질이며 그래서 고객이 가장 많은 현장 목소리가 중요하다.
2. 구성원의 용병화를 막으라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가 차원의 구조조정이 들어갔고 비정규직 문제가 생겼다. 조직 속 구성원의 신뢰가 깨졌다. 이제 대다수 직원은 회사의 목표나 비전보다는 개인의 이득을 먼저 따지는 용병화가 진행됐다.
구성원의 기회주의적 행동은 조직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구성원의 용병화를 막기 위해서 조직과 구성원(기업과 직원)이 협력하면 지속적인 성과가 나오는 장기적인 이익 공동체라는 인식을 하도록 조직이 부단히 힘을 써야 한다.
구체적으로 개인 성과를 높게 평가하기보다는 팀 전체 성과를 강화하는 팀 성과주의, 동아리나 스터디 그룹 등 비공식적인 조직운영 등으로 구성원끼리 서로 이해하고 조직과 느슨한 연대를 하도록 시도해야 한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 SAS(statistical analysis system)는 Fortune 지가 뽑은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The World’s Best Place to Work)다. SAS는 2008년 저조한 실적을 나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회사는 직원에게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며, 오히려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고 위기를 극복했다.
SAS는 평균 20%를 웃도는 이직률로 골치가 아픈 IT 업계와는 다르게 2% 내의 낮은 이직률을 보인다.
신뢰가 높은 구성원은 몰입해서 일하고 조직과 목표를 공유한다. 그만큼 경쟁기업보다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세울 수 있다.
3. 관점 변화가 선행되어야
조직 관점 변화를 위해선 경영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경영자는 권위와 통제력을 일부 포기해야 한다. 고객과 조직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도 있다. 회의를 직접 주최하고 투박한 보고서도 거리낌 없이 볼 필요가 있다. 구성원이 고객에게 집중해서 일 할 수 있다면 경영자는 모든 일이라도 해야 한다.
경영자에게 좋은 것이 반드시 고객에게도 좋다고 믿는 것은 금물이다. 고객에게 좋은 것이 경영자에게도 좋다는 관점 변화가 효율적인 조직으로 성장하는 첫걸음이다.
참조: LG경제연구원 <헛손질 많은 우리 기업들, 문제는 부지런한 비효율이다>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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