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6일 개시한 위안화 원유 선물 거래가 순조롭게 출발했다.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원유 기준 가격을 제시하는 한편 중국 금융시장 전면적 개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중국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 등 현지 언론이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INE)에 상장된 9월물 원유 선물 가격은 9시(현지시각) 개장 직후인 9시 1분경 배럴당 440.20위안(약 69.70달러)까지 치솟았다. 기준가인 416위안 대비 6%가량 오른 것이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이날 거래 시작 9분만에 9월물 원유 선물에 약 1억 위안 자금이 유입됐다. 이날 첫 주문자는 세계 최대 광산기업 중 하나인 글렌코어였다.
구체적으로 중국 위안화 원유 선물거래는 현지시각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11시30분~13시30분 휴장) 이뤄지며,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30분까지 야간에도 개장한다. 거래 대상은 두바이유, 오만 원유, 카타르 해양유, 예멘 마시라 원유, 이라크 바스라 원유, 중국 성리(勝利)산 원유 등 7종이다.
중국이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를 개시한 것은 국제 유가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중국 금융시장을 한층 더 개방하기 위함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 해석이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2대 원유소비국 7대 원유생산국이다.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석유 소비량 6억1000만t으로, 이중 생산량 1억9000만t, 수입량 4억2000만t에 달해 석유 대외의존도가 70%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국제원유 현물거래 대부분이 미국 달러화로 거래돼 중국 기업은 원유 가격 변동성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청선(程莘)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증감회) 선물부 부주임은 "중국 원유 소비가 수입에 매우 많이 의존하고 있는만큼 국제 유가 변동성이 기업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위안화 원유 선물거래가 중국기업 가격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밍(白明) 중국 상무부 연구원 국제시장 연구소 부소장도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는 국제 원유 가격 파동이 중국기업에 가져올 리스크를 피할 수 있어 실물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핑안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유럽은 브렌트유, 미국은 서부텍사스 원유(WTI)가 기준가격이지만 아시아는 아직까지 기준가격이 없다며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인 중국 원유 선물거래가 아태지역 원유 현물거래 가격 벤치마크를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는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 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도 해석됐다. 런던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 뉴욕거래소의 서부텍사스 원유 모두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
물론 아직까지는 하루 평균 거래량이 100만건 이상에 달하는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유 원유 선물거래와 비교해 중국판 원유 선물거래는 갈길이 멀다.
하지만 장양(姜洋) 증감회 부주석은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 시장이 서서히 성숙되면서 매력도가 증가하면 위안화 국제화 추진에도 도움이 될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인 중국에서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한 것은 런던거래소, 뉴욕거래소에 도전이 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또 이는 중국의 첫 국제화 선물거래로, 중국이 선물시장 대외개방의 경험을 쌓고 금융시장 대외개방을 한층 더 촉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에 적극 동참할 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간섭, 자본 통제 우려로 불확실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거간뉴 DBS 중국사업 담당자는 상하이증권보를 통해 "외국기관들도 중국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 원유 선물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중국은 사실 25년 전인 지난 1993년 자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원유 선물시장을 개설했지만 가격 변동성이 지나지게 커서 1년여 만에 거래는 중단됐다. 이후에도 중국 주식 금융시장 불안으로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 거래는 계속 미뤄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