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검증]수능 최저기준 폐지,“수시단순화”vs“입시부정 급증”‘학종축소’요구에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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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효 기자
입력 2018-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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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최저기준 폐지반대ㆍ학종 축소 청와대 국민청원 하루 만에 5만2천 넘어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지난 해 11월 23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에서 후배들이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정부가 각 대학교들에 대입 수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강력히 권고한 것에 대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각 대학교들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세부사항을 안내하며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권고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이 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최근 각 대학교들에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권고했다”며 “수능 최저기준 폐지는 대입 수시전형 단순화를 위한 것이다. 수시 전형에 합격하고도 수능 최저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불합격하는 수험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능 최저기준을 폐지하면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수능 준비를 할 필요가 없어져 수험생들의 입시 부담이 줄어들고 복잡한 수시 전형도 단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수능 최저기준 폐지하면 수시 단순화될 것이라 기대

또한 정부는 수능 최저기준을 폐지하면 금수저 전형이라 비판받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확대에도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전에는 학종을 통해 수능 성적과 학생부 성적, 봉사활동 등 비교과 성적 등을 모두 평가해 대학교들이 자율적으로 학생들을 선발했지만 수시에서 수능 최저기준을 폐지하면 더 이상 수능 성적을 볼 수가 없어 대학교들이 학종을 무분별하게 확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는 과거에 있었던 학종 확대 등의 정책지표를 빼고, 공정하고 단순한 전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수능 최저 폐지는 수시를 수시답게 해 학생의 부담을 줄이고, 대학이 지나치고 무분별한 학종 확대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따르면 전국 196개 4년제 대학교 2019학년도 입시에서 수시 비중은 76.2%다. 학종 비중은 24.3%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수시 전형을 100% 학종으로 선발한다. 2019학년 입시에선 전체 모집 정원의 78.5%(2498명)를 학종으로 선발한다.

이미 수시, 학종 비중은 급격히 확대된 상태이고 수능 위주 정시 비중은 20%를 악간 넘길 정도로 축소된 상태다. 더구나 수능 최저기준이 폐지되면 전체 대입에서 가장 객관적인 전형 요소인 수능 비중은 지금보다 축소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는 교육부도 인정한다.

더구나 대입 전형이 지금처럼 복잡해진 것은 수시에서 수능 최저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수시 전형 수가 매우 많고 학종에서 과도하게 많은 서류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수능 최저기준이 폐지되면 대입 수시 전형이 단순화될 것이란 기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안선회 중부대 진로진학컨설팅학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수능은 불투명 전형인 수시에서 그나마 공정성을 유지하는 최소 안전장치였는데 수능 최저기준이 폐지되면 수시는 그야말로 깜깜이 전형이 될 것이다”라며 “대학교들은 학종을 더욱 확대할 것이고 입시 부정은 급증할 것이다. 정부가 최악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시 전형 수 자체가 매우 많고 입시 부정 급증 우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도 “수능 최저기준이 폐지되면 오직 내신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되므로 고교서열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학종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을 보완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했는데 폐지로 인해 학종은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그야말로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할 것이다”라며 “수능 비중이 줄어들어 결국 수능무력화로 이어져 정시가 폐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시 이월이 없어져 사실상 정시비율이 대폭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수능 최저기준 폐지 추진은 대입에서 학종을 축소하라는 요구에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수능 최저폐지 반대 및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를 원합니다’ 청원엔 하루 만에 5만2000명이 넘게 서명했다.

이 청원을 시작한 네티즌은 “저는 지금 입시현장과 가장 연관되어 있으며 무엇이 가장 잘못됐는지 느끼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현재 학생들이 느끼는 학생부 종합이라는 전형은 막막함을 안고 지원을 해야 하는 전형 중 하나입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큰 평가가 정성평가인데 평가를 받는 학생은 어떤 점이 부족해서 혹은 다른 학생의 어떤 점이 나보다 더 우수해서 뽑혔는지 객관적인 지표를 제공해주지 못합니다”라며 “또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용이 중요한데 이 또한 학교별로 차이가 큽니다. 아무리 교외활동은 생기부에 기록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특목고와 일반고의 학교 자체 내의 활동 내용,양의 차이가 큽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결국 특목고 학생들,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생기부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전형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시를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수시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능최저등급까지 폐지한다면 수시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정확한 기준없이 평가 받아야 한다는 막막함을 안고 가야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 고등학교3학년 학생은 공정한 경쟁을 원합니다. 12년의 노력이 객관적인 지표없이 평가 된다는 것은 곧 학생들의 노력을 짓밟는 것입니다”라며 “저희는 같은 시간에, 같은 시험지와 같은 문제로 평가받는 가장 공정한 방법을 원합니다. 정말 학생을 위한 교육부가 되려한다면 꼭 이러한 점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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