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지주'로 변경 예정) 지분 5%를 확보한 것을 두고,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현대로보틱스와 KCC는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KCC가 보유한 현대로보틱스 주식 5.1%(83만1000주)를 3540억원에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정 부사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이다.
그는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에 대리로 입사했다가 같은 해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다 2013년 6월 현대중공업에 돌아왔다.
2015년 1월 상무, 이듬해 1월 전무(선박영업부문장)로 승진했고, 재입사 4년만인 지난해 11월에는 부사장(선박영업부문장과 기획실 부실장 겸임) 자리에 올랐다. 2016년 말 분사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이사 부사장직도 맡고 있다.
정 부사장은 이번 매입으로 97주에 불과하던 현대로보틱스 지분을 5%까지 확대했다. 특히 주식매입 대금 약 3500억원 가운데 3000억원은 부친인 정몽준 이사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승계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주요 그룹 가운데선 지난 2006년 9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부친인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신세계 주식 84만주(당시 주가 기준 약 3914억원어치·재벌닷컴 추산)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3000억원에 대한 증여세는 법과 규정대로 모두 완납할 예정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증여 규모가 3000억원일 경우, 50% 세율이 적용된다. 정 부사장이 납부할 증여세가 15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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