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외국인에게 소개할 때 내놓는 수식어 중 하나가 'IT(정보기술) 강국'이다. 1990년대말 이후, 인터넷 진흥정책에 힘입어 얻어낸 IT강국이라는 말에 예전엔 자부심을 느끼곤 했다.
그로부터 20여년 후, 복싱선수의 타이틀처럼 IT강국이라는 호칭이 인도로 넘어갔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지금은 중국도 넘본다. 생각해보면 한국은 인터넷 통신속도가 빠르다는 게 장점일 뿐이다.
그래서 한국이 어떤 강국 타이틀을 보유했는지 살펴 봤다. 또 다른 타이틀은 'FTA(자유무역협정)강국'이라는 것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에 맞춰 세계 다양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한국. 그게 바로 FTA강국이다.
정부는 'FTA 강국, KOREA'라는 대문 글자가 게재된 홈페이지를 공개하고 수년째 한국이 FTA 강국임을 자부한다.
실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FTA 확산 추세에 대응해 △칠레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아세안 △인도 △EU(유럽연합) △페루 △미국 △터키 △호주 △캐나다 △중국 등 52개국과 FTA를 발효한 상태다. FTA를 체결한 국가수만 보면, 강국의 이미지가 연상될 수도 있다.
그러나 FTA강국과 IT강국이라는 말에서 좀처럼 떨쳐내기 힘든 공통점이 보인다. 바로 우리가 스스로를 강국이라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는 속도에, 또 하나는 숫자에서 강국을 찾았다는 게 비슷하다. 질보다는 양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한·미FTA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미FTA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다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경우, 스스로 칭한 FTA강국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철강 관세에 끌려다니다, 환율 패키지 협상 논란까지 빚었다. 게다가 미국은 농산물 문제까지 들먹거린다. 속수무책으로 한국 정부는 또 무언가를 양보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런데도 우리나라의 FTA 현황을 총망라해 보여주는 홈페이지의 대문 이름이 'FTA강국, KOREA'라니. 낮 뜨겁기만 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 작은 국토, 부족한 자원 등을 극복하기 위해선 여전히 어떤 분야에서는 강국이 돼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스스로에게 걸어주기보다 국제사회로부터 찾아야 한다. 하다못해 맛집도 손님이 평가해 얻어낸 명성이다.
허울 좋은 4차산업혁명에 대한 혁신보다는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 진정 강국이 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지 밑바닥부터 다시 살펴봐야 할 때다. 문재인 정부, 아직은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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