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태권도시범단 20여 명은 이날 평양 만경대구역 청춘거리의 태권도전당 메인 경기홀의 2300여석의 관람석을 가득 메운 북측 관중들 앞에서 50분 동안 단독공연을 펼쳤다.
공연은 '점화, 가슴에 불을 붙이다'가 주제로, 가볍고 경쾌한 리듬에 맞춘 승무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암전 후 성냥 켜는 소리에 촛불이 점화되고 어둠 속에서 도를 연마하는 스승과 제자들의 상황극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스승으로부터 점화된 촛불을 받은 제자들이 힘이 넘치는 품새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성 단원의 부채춤과 어우러진 품새는 부드러운 선율 음악 속에 강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연출했다. 공연은 편곡된 '고향의 봄' '아리랑' 등 노래에 맞춘 퍼포먼스 후에 마무리됐다.
관객은 격파 시범이 이어질 때 가장 크게 환호했고, '아리랑'이 흘러나오자 고개를 끄덕이며 호흡했다. 클럽 음악에 맞춘 다양한 퍼포먼스에는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그러나 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 '파이어'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태권도단이 박수를 유도해도 반응하지 않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인간 근본 정신인 효·예를 태권도의 정신에 녹였다.
지난달 '2018 평창동계올림픽' 북측 태권도 시범단 공연이 차분하고 절도 있는 동작이 특징이었다면 우리나라 태권도 공연은 부드럽고 화려했다.
이날 행사에는 북측에서는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김영호 내각 사무부장, 김경호 조선태권도위원회 위원장, 김춘식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서기국 국장, 배명만·박영철·엄정철 조선태권도위원회 부위원장 등 주요 인사가 자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일출 태권도시범단 총괄단장, 나일한 시범단 단장이 함께했다.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은 "성의있게 준비했다. 앞으로 태권도 발전 위해 좋은 점들을 서로 배워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의성 태권도시범단 주장은 "평양에서 이번에 처음 공연을 하게 돼 뜻깊다. 남과 북은 같은 뿌리를 가진 태권도를 가지고 있지만, 성장은 다르잖아요. 저희 태권도를 알릴 수 있어서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고 했다.
남측 태권도시범단이 평양에서 공연하는 건 분단 이후 두 번째이며, 2002년 이후 약 16년 만이다.
우리 태권도시범단은 2일 같은 장소에서 북측 시범단과 약 60분 간 합동공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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