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반군인 탈레반 조직에 각종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탈레반 무기지원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관계자 인터뷰와 주장의 배경 등을 담은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BBC는 “현재 미국은 러시아가 탈레반을 지원함으로써 아프가니스탄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면서 “미국 고위 관리들은 모스크바가 무장 세력에게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미국측 주장은 존 니컬슨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이 최근 BBC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니컬슨 사령관은 러시아의 무기류가 타지키스탄 국경을 거쳐 탈레반으로 흘러들어 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가 아프간에서 활동 중인 IS의 수를 크게 부풀려 이야기하면서 이들과 경쟁하는 탈레반의 활동을 정당화하고 일정 부분 무기 지원까지 했다”고 말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탈레반이 러시아에서 무기를 받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BBC는 아프간 군당국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이들 무기에는 야간 투시경(NVG), 중기관총, 소화기류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미국측 주장에 대해 러시아와 탈레반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BBC에 “그런 주장은 근거가 없는 가십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고, 탈레반 대변인도 “우리는 어느 나라로부터도 무기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980년대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줄곧 적대 관계였던 러시아와 탈레반이 최근 들어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위기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고 BBC는 설명했다. 특히 9·11 테러 후 러시아는 탈레반을 안보에 위협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 ‘무시할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BBC는 러시아의 탈레반 지원 이유에 대해 탈레반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있어야 현지 자국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러시아 인접국가인 아프간에서 IS가 급성장중인 만큼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탈레반을 이용해야 한다. IS와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는 탈레반은 아프간 이외 지역에서는 무장 투쟁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점도 러시아를 안심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러시아가 아프간 문제는 군사력이 아닌 정치적 해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BBC는 하지만 러시아와 탈레반의 관계 강화는 결국 미국과 나토에 압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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