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양국이 서로의 '약점'을 겨냥해 500억 달러짜리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며 미·중 무역분쟁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결전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사실 미·중 양국 모두 관세 부과 시기를 특정하지 않아 대화·협상의 여지는 남겨뒀다는 해석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사실 미국의 일부 시장 개방 요구가 중국 개혁·개방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있다. 중국 경제 사령탑으로 불리는 류허(劉鶴) 부총리도 올초 다보스 포럼에서 “올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는 중국은 국제사회가 예측하는 것보다 더 강도 높은 개혁·개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시장을 개방하는 방향으로 미국과 협상을 할 것으로 중국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5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장이(張一) 중국 서우촹(首創)증권 수석 거시경제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선진제조업 발전 지원, 국가 정보안전 보호, 서양쓰레기 수입 금지 등에서 중국이 미국에 큰 양보를 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미국산 대두와 항공기 수입을 늘리는 등 방면에서 양보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중국이 지적재산권 보호를 더 강화하고, 대외시장 개방도 차츰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이른 시일내 외국인투자에 대한 네거티브리스트도 공표해 관련 서비스업 진입 문턱을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도 3월말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서 "중국은 서비스 산업에서 외국계 기업들이 좀 더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은행·증권 부문에서 외국인 지분 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며 "조만간 서비스산업 개방과 관련한 일정표를 발표한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캉(賈康) 중국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 전 소장은 5일 중국경제시보를 통해 “중국은 사실 여전히 개방해야 할 영역이 많다”며 향후 중국이 시장을 서서히 개방하고, 지재권 보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영화·예술 등 문화 ▲약품·자동차 등 하이테크 제품 방면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을 개방해야 할 대표 영역으로 꼽았다. 장기적으로 미·중간 무역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서 중국의 대외시장 개방, 일대일로(一帶一路) 성과 확대, 위안화 국제화 추진, 문화 소프트웨어 강화 등도 강조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중국이 철강 과잉생산을 억제하는 공급측 개혁, 민영기업을 국유기업 투자자로 유치하는 혼합소유제 개혁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미·중 무역분쟁 대화 협상 통해 해결해온 게 대부분이다. 명보에 따르면 과거 미국은 1991년, 1994년, 1996년 중국을 겨냥해 301조를 발동했는데, 그때마다 양국은 합의에 달해 무역전쟁을 피한 바 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게 가입한 이후엔 양국은 WTO 제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왔다.
하지만 무역전쟁이 발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는 없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5일자 사평에서 "미국은 협상에서 중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500억 달러 관세 카드를 꺼낸 것일지 몰라도 중국은 미국과 정말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며 "중국인들도 언젠가 미국과 '무역전쟁의 대서사'를 치러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며 결전 의지를 다졌다.
그러면서 "중국에 남아있는 카드는 미국보다 적지 않다"며 달러 공격 가능성도 거론했다. 사평은 "중국의 많은 학자들은 중국이 이미 세계 최대 화물무역국, 석유 등 원자재 최대 수입국인만큼 중국이 위안화를 결제통화로 밀어붙여 달러 결제지위를 약화시킨다면 미국에 커다란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경고했다.
루펑(虜鋒)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는 4일 봉황망재경을 통해 미·중 양국이 협상에 실패해 무역전쟁이 발발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비록 확률은 매우 적지만 중국내 급진세력이 힘을 얻어 중국 개혁개방을 저지하고 중국 정치가 좌경화 현상을 보이는 것"이라며 무역전쟁 발발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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