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모녀사망사건은 '사회적 타살'…정부 대응시스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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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8-04-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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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복지 사각지대' 대응 갖췄지만…끊이질 않는 '생계형 자살'

[사진=아주경제 DB]


집주인에게 마지막 집세를 남기고 자살을 선택한 ‘송파구 3모녀(2014)’ 사건에 이어 충북 증평에서도 생계를 비관해 모녀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복지 사각지대의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다. 정부가 생계형 자살을 막기 위해 '위기 가구 발굴 시스템'을 갖췄지만 이와 비슷한 사건이 4년 만에 또 다시 재현됐다.

10일 전문가들은 증평 모녀사망사건에 대해 '생계형 자살'이라는 분석이 많다. 생계형 자살이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을 말한다.

한 사회운동가는 "정씨가 자살에 이르게 된 과정, 삶의 증거들과 유서 등을 통해 그가 왜 생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는 지 추정해 볼 수 있다"며 "남편이 죽은 후 생계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고, 결국 남편과 딸의 죽음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자살이지만 사회적 타살인 셈"이라고 말했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5시18분 충북 증평군의 한 아파트 4층 정모(여·41)씨 집에서 정씨와 그의 딸(4)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 수도사용량이 지난해 12월부터 0으로 표기된 것을 볼 때 사망 시점이 적어도 넉 달은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씨 모녀의 시신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에 의해 발견됐는데, 이 직원은 정씨의 관리비가 계속 연체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이날 집을 들렀다.

정씨는 심마니였던 남편이 지난해 9월 자살하자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하기 직전 5만원 상당의 월세와 수도비, 전기요금 등이 수개월 미납된 상태였다. 외부와 접촉도 거의 없었다. 정씨의 유서에는 “남편이 숨진 후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혼자 살기 너무 어렵다. 딸을 데려간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정씨의 사례는 2014년 발생한 '송파구 3모녀' 사건과도 닮았다. 해당 사건은 서울 송파구 석촌동 단독주택 지하에 살던 모녀 일가족이 생계를 비관해 자살한 사건이다.

모친(60)이 인근 놀이공원 식당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고, 큰딸(35)은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었지만 병원비 문제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작은딸(32)은 아르바이트로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느라 신용불량자 상태였다. 이들은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이 담긴 봉투와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유서는 집주인에게 남긴 것으로 ‘마지막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정부는 이 사건 이후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단전·단수 체납자 등을 관리하는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갖췄지만 이번에 발생한 정씨 사례의 경우 임대아파트 보증금 1억2500만원이 재산으로 잡혀있었고, 단수·단전 사례가 없으며, 국민연금도 연체되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증평 모녀사망사건을 계기로 위기가구 범위를 '저소득 가구'에서 '가구주 사망이나 소득 상실로 생활이 급격히 악화된 가구'로 확대하고, 관련 제도 홍보도 더욱 강화하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기 가정이나 개인이 긴급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24시간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국번 없이 129로 전화하면 즉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긴급복지지원이나 우울증 등 등 경제·심리적 문제를 겪는 이들을 위한 제도다.

특히 129센터는 정씨처럼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도 지원한다. 정씨의 경우 남편과 친정어머니가 연달아 사망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제대로된 지역사회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실제 자살유가족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의 8배가 넘는다.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대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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