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디지털]더 잘먹고 더 맛있게 먹기 위하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강경주 기자
입력 2018-04-18 1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식전기도 대신 식전촬영하는 인류의 등장

[사진=유튜브 캡처]


인류의 역사는 그림의 역사와 함께한다. 언어와 활자가 탄생하기 전부터 인류는 동굴이나 바위에 그림을 남겼다. 그림의 형태는 단순하고 투박했지만 그것이 그들이 할 수 있었던 최고의 기술이었다.

동굴이나 바위에 새겨진 그림의 내용은 보통 다산과 번성, 농작물 재배 등 생존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그림으로 기록을 남겨놔야 다음 세대들이 학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후 문명이 발달하면서 문자라는 더욱 세밀한 기록 수단이 생기긴 했지만 그림은 여전히 인류가 사랑하는 기록의 방법이었다.

그러다 기록의 방법에 있어서 그림과 문자 못지않은 또 하나의 혁명이 인류에게 나타났다. 바로 사진이다.

사진이 인류에게 가져다준 변화는 어마어마하다. 사진은 영화라는 예술을 탄생시켰고 각종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했다. 문자가 인류에게 지식의 축적을 획기적으로 가능하게 했지만, 사진은 더 진보된 지식 축적의 수단으로 인류 역사 전면에 등장했다.

기록의 수단으로서 사진이 얼마나 유용한지 우리는 실생활에서 충분히 경험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밥을 먹기 전에 식전 기도가 아닌 식전 촬영을 한다. 그리고 SNS에 자신이 촬영한 음식 사진을 올린다. 음식과 식당에 대한 설명, 자신만의 견해를 태그에 곁들이면서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 태그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받는다. 사진으로 손쉽게 기록을 남기고 손쉽게 정보를 취하는 구조다.

음식 사진에 대한 문화는 다양하게 변형되고 빠르게 번져갔다. 휴대폰 기종별로 음식사진을 잘 찍는 앱이 등장했고, 검색 포털에는 음식 사진 잘 찍는 법에 대한 포스팅이 넘쳐난다. TV에서는 먹방·쿡방을 쉽게 접할 수 있고, 플레이팅 기술은 고급스러워졌으며, 음식 예절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양하게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세상에 살게 됐지만 기원전 인류가 동굴에 남겼던 그림이나 오늘날 현대인이 SNS에 음식 사진을 올리는 심리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더 잘 먹고, 더 맛있게, 더 싸게 먹기 위한 방법의 나눔이 아닐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