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영락없이 방탄조끼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이 조끼는 절대 방탄조끼가 아닙니다. 군대나 전장에서 쓰이는 물건은 더욱 아닙니다. 위 사진의 조끼는 베이비 힙시트라고 불리는 아기 포대기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아용품 전문회사 ‘M’사는 동종업계 회사와 조금 결이 다릅니다. 전술용품의 실용성과 디자인을 차용해 밀리터리 덕후 아빠를 위한, 밀리터리 덕후 아빠에 의한 유아용품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 포대기는 당연한 얘기지만 미국 유아용품협회(JPMA) 인증을 통과한 제품이며, 올해 2월 발효된 미 유아용 슬링 캐리어에 대한 신규 안전 기준(ASTM)에서 요구하는 성능을 모두 초과할 정도로 튼튼하고 안전합니다.
이 포대기는 기존 나일론의 두 배에 달하는 높은 내구성과 경량성으로 주로 군용 의류나 등산, 스노보드 등의 보호장비 소재로 사용되는 ‘코듀라(Cordura®)’ 원단을 사용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덕에 암벽등반과 같은 험한 레포츠활동을 해도 아기 포대기가 망가질 일이 없습니다. 다만 포대기가 튼튼하다고 눈치없이 아기와 함께 위험한 행동을 했다간 아내의 ‘무한 등짝 스매싱’ 세례를 받을 수 있으니 항상 후방경계를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여기에 전술용품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몰리 시스템을 적용했습니다. 필요에 따라 젖병이나 기저귀, 물티슈 등 아이를 돌볼 때 필요한 것들을 담을 수 있는 보조 가방이나 기타 용품들을 끼워 넣거나 걸 수 있습니다.
‘M’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전술 장비를 만드는 회사에서 만든 유아용품이 있는데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둔 ‘T’사가 주인공입니다. ‘M’사와 비슷한 방탄조끼 디자인의 포대기는 물론이고, 포대기와 연결할 수 있는 가방에 실제 방탄판이 들어갑니다.
방탄등급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지만 ‘T’사의 실험 영상을 보면 .44 Magnum 탄을 막아내는 것으로 볼 때 NIJ 레벨 IIIA 급으로 추정됩니다. 기저귀 가방에도 똑같은 등급의 방탄판을 넣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밀리터리 덕후 중 한 명으로, 기사를 작성하며 지름신의 유혹을 떨쳐내기 힘들었지만 한편으론 미국에 총기사고가 끊이지 않는 탓에 이런 제품까지 나오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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