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현 기자의 중국인물 열전]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은인…‘예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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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현 기자
입력 2018-04-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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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살의 위기에 처한 마오 구해내고, 덩의 킹메이커 역할 자처한 '개국 공신'

예젠잉 전 중국공산당 부주석 [사진=바이두]


중국 혁명원로 예젠잉(葉劍英). 그는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毛澤東)의 생명을 구하고,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을 권좌에 올려놓은 중국 현대사의 '킹메이커'라 할 수 있다. 그렇게 그는 중국의 파란만장한 한 시대를 풍미했다. 

1897년 중국 광둥(廣東)성 부유한 상인 집안에서 태어난 예젠잉(葉劍英)은 ‘중국 10대 개국 원수(開國元帥)’ 중 한 명이다.  

예는 1919년 윈난(雲南)육군강무학교를 졸업한 후, 황푸(黃浦)군관학교에서 교관생활을 하다가 1926년 국민당 혁명군 제2사단장을 역임했다. 그는 당시 국공합작 군사작전인 북벌(北伐)운동에서 저우언라이(周恩來)를 만나게 됐고, 이를 계기로 1927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했다.

1년 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공산주의대학 특별반’을 수료한 그는 1930년 귀국해 ‘중화소비에트 임시정부’에 몸을 담았다. 내전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실무경험을 쌓은 예는 국민당의 포위를 피하기 위해 1934년 중국공산당 대장정에 참가하게 된다.

예가 마오의 생명을 구한 사건은 대장정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발생했다. 그는 당시 장궈타오(張國燾) 임시정부 부주석의 참모로, 마오와는 다른 파벌에 속해 대장정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대장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 군대 주둔지의 방향을 놓고 마오와 첨예한 의견대립이 생긴 장 부주석이 마오를 살해하고 공산당의 수장이 되려는 계획을 세우자 예는 이 계획을 즉각 마오에게 전달했다.

제보를 접한 마오는 은신처를 확보함과 동시에 경호 인력을 강화해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남았다. 마오는 생전 주변 참모들에게 예를 “자신의 생명을 지켜준 은인”이라며 항상 소개하고 다녔으며, 특히 신중국 건립이후 ‘중화인민공화국 원수’라는 칭호를 부여해 감사를 표했다.

마오에게 예는 심복 이상의 특별한 존재였다. 1966~1976년 문화대혁명 발발 당시, 주더(朱德), 펑더화이(彭德怀), 허룽(賀龍) 등 거의 모든 혁명 원로들이 치욕스런 수난을 당했을 때도 예는 두터운 신임을 받아 국방부장까지 역임했다.

예는 중국 경제의 부흥을 일군 일등 공신인 덩이 집권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국방부장이었던 예는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마오의 주위를 맴돌며 권력을 장악한 4인방(마오의 부인인 장칭, 왕훙원 중앙위원회 부주석, 장춘차오 국무원 부총리, 야오원위안 정치국 위원)을 체포하고 중국 전역을 혼란에 빠뜨린 문화대혁명을 청산했다.

1976년 9월 마오가 죽은 뒤 쿠테타를 노리던 4인방은 예의 주도면밀한 작전에 일망타진됐다. 청산 직후, 예는 자신은 집권에 욕심이 없다며 장악한 실권을 그대로 덩에게 넘겼다. 평소 예는 산전수전 다 겪은 덩의 강한 리더십과 능력을 높이 평가했으며, 마오와 독대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덩을 후계자로 적극 추천했다. 덩은 죽을 때까지 예를 ‘다거(大哥·큰형)’라고 부르며 극진히 대접했다고 한다.

덩이 집권한 후, 예는 헌법개정위원회 주임위원에 임명돼 활발한 입법 활동을 전개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헌법, 민법, 형법 등 22개 기본 법률을 제정해 중국이 법치국가로 가는 데 필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는 1982년까지 중국공산당 부주석 직위를 겸직했으며 1985년 향년 89세의 나이로 베이징에서 사망했다.
 

예젠잉(왼쪽)과 덩샤오핑의 생전 모습 [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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