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비판, 평가절하하면서 거센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특별검사법을 공동발의하며 단일대오를 형성했지만, 남북회담 이후 한국당은 스스로 '왕따'의 길을 택하는 모양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 등은 판문점 선언을 호평했지만, 한국당만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에 여권은 물론 일부 야권까지 한국당을 비판하며 드루킹 사건을 통한 야권 공조에 점차 균열이 가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번 속으면 속인 놈이 나쁜 놈이고,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고, 세 번 속으면 그때는 공범이 된다”라며 “여덟 번을 속고도 아홉 번째는 참말이라고 믿고 과연 정상회담을 한 것일까”라고 비판했다. 지난 28일엔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조차 명기하지 못한 말의 성찬”이라고 지적했고, 27일엔 “김정은과 문재인 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평화쇼”라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엔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댓글조작 규탄 및 특검 촉구대회’를 열고 대여 공세를 이어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정은이 판문점을 다녀갔고 함께 냉면을 먹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북핵을 폐기하는 것도 아니다. 북한이 개방의 문을 연 것도 아니다. 북한은 여전히 북한이고 우리 국민들만 들떠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옥류관 평양냉면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맞바꾸겠느냐. 이것이 바로 여론조작이다”라고 주장하며 특검 도입을 외쳤다.
지난 28일 판문점 선언을 두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현을 썼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수정한 나경원 의원은 이 자리에서 “판문점 선언에 대해 말한 것으로 주말 내내 고생했다”면서 “판문점 선언은 비핵화 선언이 아니라 ‘우리민족끼리’의 선언이었다”라고 혹평을 이어갔다.
그러자 여권은 물론 일부 야권 또한 한국당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홍 대표는 오직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을 향해서도 “노이즈 마케팅으로 존재감을 부각하겠다는 의도라면 이것은 전형적인 구태정치”라며 “촛불국민 모두가 열망하는 청산돼야 할 정치적폐”라고 했다. 이어 “한국당은 언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처럼, 대롱을 통해서만 하늘을 보려 하는가, 옹졸과 미망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바랄 뿐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평화당도 가세했다.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출당을 요구하며 평화당 당직을 맡은 장정숙 대변인은 “전 세계가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놀라워하고 지지하고 있지만, 전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자유한국당 만이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은 한국당의 치졸하고 수준 낮은 안보장사에 더 이상 속지 않는다”며 “자신의 정치적 밑천을 잃게 될까 두려워 발버둥 치고 있는 홍 대표가 가련하기까지 하다”고 꼬집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