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긴장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미국이 14년 연속 중국을 지식재산권 우선감시 대상에 포함해 중국이 부글대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은 물론 당국은 "근거없는 평가"라며 미국의 일방주의, 보호무역주의의 일환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일단 중국이 거둔 성과가 이미 크다는 주장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人民網)은 30일 "중국이 지재권 보호에 있어 유럽과 미국 등이 100년 걸려 얻은 성과를 40년만에 거뒀다"면서 "이미 세계가 공인하는 수준으로 이를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문은 올해는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으로 지재권 보호가 개혁·개방의 위대한 실천과 성과에 따라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 조방적 형태에서 정교하게 변화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대외개방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중대 조치 중 하나로 지재권 보호를 내놨다는 사실과 함께 중국의 지재권 보호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재권 보호는 외부적 압력에 따른 것이 아니라 중국을 위한 이성적 선택이라며 당위성을 높이고 자신감도 과시했다.
인민망은 중국은 혁신대국, 나아가 혁신강국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지재권 보호가 국가이익의 일부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의 발명특허 출원 수가 138만2000개로 7년 연속 세계 1위를 고수했고 세계 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특허출원 순위 10위권에 화웨이(1위), 중싱(ZTE, 3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7위) 등 중국 기업 3곳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 신화사도 28일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특히 중국 인공지능(AI) 기업의 지재권 보호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중국은 첨단기술 강국 도약은 물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차세대 기술 개발과 응용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AI로 실제로 중국은 세계 선두권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최근 중국 최대 검색포털이자 AI 선두기업으로 거듭난 바이두가 3년간 10만명 AI 대군을 양성하겠다며 야망을 드러내기도 해 주목된다. 이는 현재 중국 AI 분야 인력의 2배에 달하는 숫자다. 미국발 제재에 '핵심기술'을 보유하라는 시 주석의 메시지가 나온 이후 내놓은 목표로 특히 주목된다. 중국은 AI 투자 등에서는 미국보다 통 큰 모습을 보이며 기술력을 빠르게 높이고 잇지만 AI 인재 규모는 미국의 17분의 1로 약세다. 이에 파격적 조건으로 글로벌 인재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도 30일 전문가 논평을 통해 "지재권 관련 질책은 근거가 없다"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성과도 있음을 강조했다.
중국이 개혁·개방의 과정 속에서 법치화를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왔고 지재권과 관련해서도 '계약법', '침해법', '물권법'은 물론 1983년 '상표법', 1991년 '저작권법" 등을 도입해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짝퉁대국'이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독일·프랑스·미국·일본 등도 산업화 초기에는 '짝퉁' 생산부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짝퉁에 혁신적 발상을 더하면 기술이 되고 이러한 기술은 다시 다른 국가로 이전돼 혁신을 거쳐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 이와 함께 "중국은 첨단 기술에 있어 여전히 미국과 격차가 큼을 직시하고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자력갱생의 찬란한 전통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2018 글로벌 지식재산권에 관한 스페셜 301조 보고서'를 통해 14년 연속 중국을 우선 감시 대상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제외했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29일 즉각 성명을 발표해 "이는 객관적인 사실을 무시한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또, "중국이 국제적 통용 규정 등을 바탕으로 관련 법과 제도를 꾸준히 개선해왔다"면서 "미국은 중국 등 다른 국가의 지재권 보호를 위한 노력과 성과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중 무역전쟁 도화선에 불이 붙은 이후 '지재권'은 계속 논란의 대상이었다. 미국은 중국 대표 통신장비업체 ZTE에 이례적 강도의 규제를 선언했고 최근에는 AI 관련 조사에 착수하는 방안을 고려 중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제조업 강국, 혁신강국 도약을 위한 '중국제조 2025' 관련 산업을 집중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에 중국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미국이 중국을 두려워하며 제재한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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