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이후 '콩가루 집안'된 보수…홍준표 색깔론에 당내 반발, 범보수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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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18-04-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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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준표 “비정상적 남북정상회담…김정은-주사파 숨은 합의 있었을 것”

  • 유승민 “완전한 비핵화 명시는 평가…구체적 약속 없어, 갈 길이 멀다”

  • 유정복 인천시장 "당 지도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27 남북 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보수야권의 시각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도출된 ‘판문점 선언’에 대해 한국당은 “위장 평화쇼”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바른미래당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태를 초래했던 김정은 정권 하에서 이러한 합의가 나왔다는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보수 진영에서 서로 엇갈리는 행보를 보여온 두 당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보수 적통을 자처한 한국당과 개혁적 중도보수를 천명한 바른미래당의 노선 차이가 좀 더 선명해지는 모양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30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남북 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판문점 선언을 맹비난했다. 홍 대표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는 판문점 선언 1조 1항을 꼬집어 “우리 민족끼리로 표현되는 ‘민족 자주의 원칙’은 북한의 대표적인 통일전선전략이자 한국 내 주사파들의 이념적 토대”라며 “미국을 비롯한 외세 때문에 한반도에 긴장이 온다는 남북 주사파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처럼 비정상적인 남북 정상회담 합의가 이뤄진 이면에 북한 김정은과 우리 측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가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도 했다. 한국당과 홍 대표의 '전매특허'가 될 듯한 색깔론을 또 꺼내든 것이다. 민족 자주의 원칙은 박정희 정부 때인 지난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도 포함돼 있다.

홍 대표의 과격한 발언 배경엔 오는 6·13 지방선거에 대한 계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인 우위가 계속되고 있다. 홍 대표로선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극우 세력과 그보다는 온건한 보수층 등 10~20% 정도로 추정되는 지지층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과 선명한 각을 세우는 것 외엔 이렇다 할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홍 대표의 이런 전략은 ‘선수’들로부터는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직접 선거를 뛰어야 하는 후보들로서는 홍 대표의 우경화 전략이 마뜩잖을 수밖에 없다. 특히 중도층의 표심을 사로잡아야 승리가 가능한 수도권과 최대의 접전 지역으로 떠오른 경남에서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특히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어 회담에 대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실향민 2세로서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뜻도 밝혔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도부에 대한 비판은 자제했지만 회담에 대해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남 지사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단 시작은 잘했다”며 “두 정상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는 모습 자체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했다.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한다.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적었다.

바른미래당은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서 신중한 태도가 감지된다. ‘완전한 비핵화’ 명문화에 대해선 환영하지만, 구체적인 실천이 이어지기 전까진 낙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남북 간의 합의가 있었지만 지켜지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던 악몽을 생각해 보면, 이 합의에 대해서도 과연 약속이 지켜지겠느냐는 회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여러 가지 여건과 환경, 정황으로 볼 때 그 전의 합의와는 많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라는 영국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의 말을 인용하며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적으로 문서화된 것은 평가한다”고 했다. 다만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비핵화의 시한과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이 없었던 것은 비핵화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확인해준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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