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펀드가 실탄을 2조원 가까이 채웠지만, 지수는 제자리걸음했다. 아직 코스닥 벤처펀드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들이면서 발행시장 위주로만 움직이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은 4월 들어 이날까지 871.09에서 871.03으로 0.01% 내렸다. 한 달 넘도록 보합 수준에 머문 것이다. 이에 비해 코스피는 같은 기간 2.44% 뛰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닥에서 동반 매도에 나섰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처음 나온 4월 5일부터 같은달 말까지 외국인·기관은 각각 2289억원, 14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벤처펀드 판매액은 4월 26일 기준으로 총 1조9469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사모펀드에만 약 73%에 해당하는 1조4232억원이 몰렸다.
김상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벤처펀드가 코스닥에서 직접 주식을 사들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유예기간'을 둔 영향도 있다. 1년까지는 벤처기업 투자 비중을 35%만 채워도 코스닥 벤처펀드로 인정해준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벤처펀드 자금이 시장에 풀리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전했다.
코스닥 기업공개(IPO) 규모가 작은 것도 문제다. 공모주 30%를 코스닥 벤처펀드에 우선 배정하지만, 물량 자체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오는 9∼10일 수요예측을 하는 제노레이는 100억원 남짓을 공모한다. 코스닥 벤처펀드에 약 30억원어치만 우선 배정한다는 얘기다. 똑같이 2분기 IPO에 나서는 세종메디칼(219억∼278억원)이나 현대사료(87억∼101억원), 파워넷(196억∼232억원)도 모두 소규모로 공모한다.
2조원 가까이 불어난 벤처펀드 덩치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그렇다고 어두운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달 코스피·코스닥 중소형 우량종목 통합지수 발표를 기점으로 코스닥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코스닥 벤처펀드가 국민펀드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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