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도 잠재운 무서운 상승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첫 다승(2승)의 주인공 장하나가 2주 연속 우승과 시즌 3승을 향해 성큼 다가섰다.
장하나는 4일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KLPGA 투어 교초 허니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5억원) 첫날 1라운드에서 이글 1개를 잡고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맞바꿔 2언더파 69타를 쳤다. 오후 5시 현재 박결, 백규정, 홍진주와 함께 공동 선두.
장하나는 올 시즌 2승을 수확하며 상금랭킹과 대상 포인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3월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에서 한국 복귀 이후 시즌 첫 승을 신고한 장하나는 지난주 끝난 시즌 첫 메이저 대회 크리스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추가했다.
장하나는 올 시즌 출전한 5개 대회에서 2차례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확실한 상승세를 탔다. 이번 대회에서도 첫날 리더보드 상단을 차지하며 기분 좋게 출발해 2주 연속 우승과 시즌 3승을 정조준 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장하나는 “오전 조라서 바람의 이득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방심한 것이 실수였던 것 같다”며 “그래도 한 홀 한 홀 최선을 다한 덕에 무난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오전 내내 코스를 흔든 강풍에도 크게 휘말리지 않는 노련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장하나는 14번 홀(파4)과 15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낚은 뒤 17번 홀(파4)에서 보기로 1타를 잃었으나 곧바로 18번 홀(파3)에서 버디로 만회해 전반에 2타를 줄였다. 후반 5번 홀(파4)에서 아쉬운 보기를 범한 장하나는 까다로운 7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5번 우드로 절묘하게 그린에 올려 이글을 잡았다. 8번 홀(파3)에서 보기로 1타를 잃은 것이 아쉬웠다.
장하나가 강풍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이유도 충분한 훈련이 돼 있었기 때문. 장하나는 “전지훈련을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 한 것이 도움이 됐다”면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내려놓는 플레이를 한 것이 이득이 됐다”고 설명했다. 장하나는 이날 무리하게 핀을 직접 공략하지 않고 그린 중앙으로 여유 있게 치며 타수를 관리했다.
어쩌면 예전의 공격적인 성향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그만큼 노련해졌다는 방증이기도. 장하나는 “골프는 자연과 가장 가까운 스포츠 중 하나다. 바람, 비 등 자연을 이기려다 보니까 안 되더라”라면서 “2년 전 미국에 있을 때 바하마나 하와이 코스를 많이 치다보니 ‘이건 자연을 이기려고 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하나는 지난주 우승을 이룰 때처럼 이번 대회 목표를 또 정했다. 날씨가 좋으면 12언더파, 계속 날씨가 좋지 않으면 6~8언더파를 목표로 삼았다. 3주 연속 우승 경쟁에 뛰어든 장하나는 “우승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이번 주 욕심내거나 무리하지 않고 지금 페이스를 유지하면 ‘톱10’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틀 전인 2일은 장하나의 26번째 생일이었다. 이날은 프로암 대회가 있던 날. 장하나는 프로암 시상식에서 생일 축하 파티를 받는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미국 생활이 많았던 장하나도 모처럼 미역국도 먹었다고. 장하나는 “생일이라고 해서 미역국을 안 먹은 지 8~9년 됐다. 그런데 이번엔 부모님이 착각을 하셔서 하루 전날 운 좋게 미역국을 먹었다”며 웃은 뒤 “골프는 공이 미끄러져야 들어간다. 시험 볼 때 미역국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골프에서만큼은 좋게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장하나가 이날 기록한 짜릿한 이글 퍼트처럼 우승까지 미끄러져 홀아웃 할 수 있을까. 장하나는 기자회견장에 마련된 치킨(대회 스폰서 교촌 F&B)을 발견한 뒤 “저 이거 하나 먹어도 되죠?”라며 닭다리를 하나를 손에 쥐고 총총 걸음으로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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