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개월여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하강곡선을 그리면서, 갭(Gap) 투자자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갭 투자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를 활용해 투자하는 기법이다. 갭이 적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방식으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주택일수록 갭 투자 물건으로서 가치가 있다.
결국 갭 투자자에게 있어 전세가격 하락은 곧 자기자본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지렛대(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11일 부동산114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3월 23일 -0.04%로 하락 반전한 이래 근 2개월간 매주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 2015년 76%로 최고점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지난달 66.1%까지 내려온 상태다.
문제는 전셋값이 하락 반전하기 시작한 시기다. 보통 3월은 전세시장에 있어 성수기로 불린다. 새 학기 시작과 함께 학군 수요가 발생하고, 이사를 하기에도 적합한 때이기 때문이다.
겨우내 전세시장이 침체됐다 해도 보통 3월을 전후해서는 회복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번 전세시장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는 이 같은 양상이 최소 내년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자본력이 없는 갭 투자자들에게 이번 전세가격 하락 장세는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서울 일대 및 주변 지역에 물량 공급이 많이 이뤄지면서, 전세가격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며 "최소 이들 물량이 시장에서 흡수되는 데 반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고, 전세시장 상승세를 끌어올릴 만한 이렇다 할 호재도 없는 상황이다. 하락세는 최소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갭 투자는 집값이 대세 상승기에 놓였을 때나 시도할 법한 투자 방식이다. 현재 같은 하락 장세에서는 손해를 입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며 "단순한 전세가격 하락세를 넘어 자칫 역전세난에 따른 깡통전세 발생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 대출을 통한 자금 확보 활로도 막혀 있어, 경매시장에 자본력 없는 투자자들의 갭 투자 물건들이 다량으로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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